“아무리 술을 먹여도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아주 독한 인간이다.” 삼금회-경기도 기관장들이 매달 세 번째 금요일에 만나는 모임-가 있었던 모양이다. 보수 일색인 그 자리에 김상곤 교육감이 있었다고 했다. 폭탄주가 돌았고 김 교육감도 마셨다고 했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취했다고 했다. 하지만, 본인의 주관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고 했다. 참석했던 정보기관 책임자가 전한 후일담이다. ▶무상급식은 그렇게 독하게 출발했다. 교육감 후보 때만 해도 몰랐다. 그저 흔한 선심성 공약쯤으로 여겼다. 돈이 없어 못할 거라고들 봤다. 하지만, 김상곤은 달랐다. 취임과 동시에 강행에 들어갔다. 경기도에 600억 원이 넘는 ‘고지서’를 제출했다. 김문수 도지사가 펄쩍 뛰었다. ‘김상곤은 사회주의자’라며 공격했다. 경기도의회는 한 수 더 떴다. 증언대에 선 김상곤을 사정없이 몰아세웠다. 하지만, 김상곤은 독하게 버텼다. ▶2010년 지방선거가 시작됐고, 여론이 뒤집혔다. 김상곤은 ‘밥 주는 착한 아저씨’가 됐고, 한나라당은 ‘밥 굶기는 나쁜 집단’이 됐다. 전국의 모든 진보진영 후보들이 ‘무상급식’을 공약했다. 김상곤을 원하는 곳이 많아졌다. 내 선거를 팽개치고 남 선거를 돕고 다녀야 했다. 선거는 진보 진영 완승, 한나라당 참패였다. 폐족(廢族)으로 전락해 숨도 못 쉬던 진보진영이었다. 김상곤 표 무상급식이 만든 기적 같은 회생이었다. ▶그즈음 한국 정치도 뒤집혔다. 더 정확히는 한국 사회가 뒤집혔다. 전혀 다른 복지가 세상을 지배했다. 선택적 복지가 아니라 보편적 복지였다. ‘없는 자에게 나누어 줌’이 아니라 ‘모든 이에게 나누어 줌’이었다. 교복, 교통비에도 ‘무상’이 붙었고 등록금, 각종 요금에는 ‘반값’이 붙었다. 이제 무상복지를 비난하는 ‘간 큰’ 사람도 없다. 표(票)를 구해야 하는 정치인이라면 더 했다. 복지 공약만으로 보면 보ㆍ혁 구분이 안 됐다. ▶김상곤 부총리가 퇴임했다. 대화를 통한 정책 결정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무책임의 극치라는 부정적 평가를 동시에 남겼다. 그 스스로도 아쉬움이 컸던 모양이다. “새로운 일은 새벽처럼 등장하지만 해 떨어지는 것은 갑작스럽게 다가온다”는 말을 남겼다. 해 떨어지는? 은퇴인가. 그렇다면, 서둘러 남겨놓을 평(評)이 있다. -김상곤은 독했다. 독해서 큰 역사를 만들었다. 김상곤 전과 김상곤 후로 나뉜 대한민국 복지 역사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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