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초등학교 2학년인 딸 아이의 포동포동한 얼굴이 시무룩해 있었다. 친구랑 놀고 싶은데 그 친구가 영어학원에 가서 못 논 게 이유였다. 순간, 영어학원을 보내지 않아 내 아이가 뒤처지진 않을까 고민하는데 친구따라 영어학원을 다닐까 고민하는 아이를 보면서 웃고 말았다. 주변엔 영어유치원을 보내면서 조기영어교육에 집중하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 의외로 적기영어교육에 중점을 두고 영어교육을 시키지 않는 엄마들도 의외로 많다. 그럼 난 어떤 엄마인가. 아이가 스스로 무언가 배우고 싶다고 할 때 논의하고 결정하는 스타일이다. 단, 하고 싶다는 것에 대해선 전폭적으로 지지ㆍ지원한다.(뭐든 시작하면 최소 3년은 배워야 한다는 단서조항이 붙긴 하지만)
▶교육부가 올해 초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방과후 영어교육을 금지하겠다고 했다가 여론의 역풍으로 1년 유예결정을 내렸다. 최근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여부를 ‘공론화’를 통해 올해 안에 결론을 내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학교에서 정규 교육 과정에 앞서는 교육을 금지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영어 수업은 정규 교육과정이 들어가는 초등학교 3학년 이전인 1~2학년은 방과후 영어교육이 금지된 상태다. 일부 학부모들은 ‘영어 교육 수요는 많은데 교육부가 이를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등의 불만과 함께 실제 사교육시장에서 영어교육을 맡기고 있다.
▶만약 이번에 공론화를 통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영어교육이 허용되면 초등학교 저학년의 방과 후 영어교육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억지로 되는 건 없다. 할 놈이면 뜯어 말려도 하고 안 할 놈이면 때려 죽여도 안 한다. 공부든 뭐든 하고 싶을 때 해야지 억지로 시킨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영어교육을 ‘제한’하나 마나를 공론화하기 보다는 우리 아이들이 적기의 영어교육을 차별없이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제안’을 제시하는 교육부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강현숙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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