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협상과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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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영화에 ‘협상’이라는 단어가 종종 등장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이 북핵 문제 해결 등을 둘러싸고 진행하는 대화와 밀고 당기기를 협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인질 구출을 위해 경찰의 협상 전문가와 인질범이 나누는 대화도 협상이라고 할 수 있다. 좁은 의미로 협상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기업들 간에 거래를 위한 협상만을 생각할 수 있으나, 넓은 의미로 협상을 생각하는 견해에 따르면 협상은 사람들 간에 발생하는 문제를 대화로 풀어나가는 모든 과정이 된다.

 

어떤 상황을 협상의 프레임으로 보는지, 다른 프레임으로 보는지는 그 상황을 대하는 사람의 관점을 변화시킨다. 협상의 프레임으로 보면, 현재 상황을 분배적 상황 또는 통합적 상황으로 구분하게 되고, 분배적 상황이라면 내가 상대와 합의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해 고려하게 되고, 통합적 상황이라면 상대방과 나의 이해 관심사 또는 감정적 문제들이 무엇인지를 고려하게 된다. 사람들 간에 발생한 문제가 갈등일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갈등을 상대와의 대결로 보면 상대는 나의 적이 되지만, 갈등을 협상의 프레임으로 보면 상대와 나는 문제해결 과정을 함께 하는 동료가 될 수 있다.

 

갈등이 다른 문제들보다 풀기 어려운 점은, 관련되어 있는 사람들 간에 대립이 심한 경우 서로를 동료로 여기지 못하고, 이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이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갈등이 발생할 때 종종 상대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친다는 점은 맞지만,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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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갈등 상황에서 협상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럴 경우 중립적인 제3자의 도움을 받기도 하는데, 그것이 조정(mediation)이다. 조정을 하는 사람은 갈등 및 협상에 대한 전문가로서, 중립적인 입장에서 갈등 당사자들이 원활한 대화를 하도록 절차적으로 돕는 역할을 한다.

 

조정인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협상의 당사자들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조금씩 조금씩 쌓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사자들이 작은 약속을 하도록 돕고, 그 약속을 서로가 지키도록 한다. 대화를 통한 갈등해결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서로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해를 해소하는 것이다. 갈등으로 인해 그동안 단절되었기에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많은 부분을 추측으로 채우다 보니 오해가 개입될 여지가 그만큼 크다.

 

층간 소음의 문제, 누수로 인한 이웃 갈등, 주차나 애완동물로 인한 이웃 간의 갈등처럼 잘 알려진 갈등 사안들도 있지만, 마을 공동 기금의 사용에 대한 문제, 마을이 공동으로 어떤 사업에 투자하는 문제 등도 갈등 사안이 될 수 있다. 이런 문제들에 있어서 대결과 대립의 관점이 아니라 협상의 관점을 가진다면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까? 어려운 협상의 경우 조정인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전형준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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