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농부·가난한 소시민의 90여년 담아
딸·며느리·사위가 기억하는 모습 글로 실어
아들 최상규 씨가 말한 아버지 최왕용 씨의 삶이다.
그 시대는 그랬다. 가난했고, 어려웠다. 잘 퍼지지 않는 보리쌀을 밤새 불려 밥을 짓고, 긴 겨울은 싸라기 죽으로 달래야 했다. 그렇게 아버지가 버티며 살아온 인생 덕에 지금의 자식들이 있다. 아버지의 삶이 후패해진 만큼 자식들의 삶은 윤택해졌다.
최 씨는 이런 아버지의 삶을 책으로 펴냈다. 평전 <움품>(샘들내 刊)에는 평범한 농부이자 가난한 소시민으로 90여년을 살아온 최왕용 씨의 일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책을 펴낸 이유에 대해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이야기를 통해 후손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다면 복된 가정일 것”이라면서 “아버지가 몸소 행하고 가르쳐온 소중한 가치들을 후손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의 제목인 움품은 아버지의 인생을 함축한 표현이다.
그는 “아버지는 꼭 나무를 베어낸 뿌리에서 난 싹인 ‘움’ 같았다. 쉽게 부러지고 꺾였을 법한 삶이었지만, 고된 세월을 살아내셨다”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큰 나무가 되었고, 자식들은 그 품 안에서 자라났다. 움품은 오남매를 낳고 기르며 살았던 아버지의 인생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아버지의 삶이 순차적으로 기록돼 있다. 1928년 아버지가 태어나던 순간부터 어린시절과 청소년기를 거쳐 전쟁통에서 가까스로 살아나 어머니 문영례 씨를 만나 세 아들과 두 딸을 낳기까지의 이야기를 차분히 써내려간다.
세아들과 며느리, 두딸과 사위가 기억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을 담은 글도 실려있다.
둘째 며느리 박이숙 씨는 “자식은 부모가 먼저 걸은 눈길에 난 발자국을 따라 걷는 이들”이라며 “어머니를 빼닮은 남편에게서 이제 아버님의 모습이 언뜻언뜻 보인다”고 적었다.
막내 딸 최은자 씨는 “어머니는 성탄절이 되면 싼 한 부대를 머리에 이고 나가 어렵게 사는 이웃집에 조용히 두고 왔다”면서 “나도 똑같이 흉내 내며 살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책은 단순히 최 씨 아버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 시대를 살아왔던 또 다른 최왕용 씨와 또 다른 문영례 씨의 모습이다.
그는 “시시해 보일지 모르나 결코 시시한 인생은 없다”며 “하루하루 먼지가 쌓인 인생은 짐작하는 것보다 두텁다”고 말했다.
이어 “평범해 보였던 아버지의 삶 속에도 특별한 명예와 영광이 있었다”면서 “아버지의 삶을 재현하고 기억하는 것은 결국 자식들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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