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라고, 손에 땀을 쥐면서 경기를 봤다” “연장 10회 말 맘 ‘쫄아서’ 채널을 살짝 다른 데로 돌렸다”. 10월13일 밤 8시40분에 오고 간 카톡이다. 평범한 시민인 이들에겐 더 없이 중요한 하루였다. 프로야구 KT 위즈의 마지막 경기였다. 상대는 시즌 1위 팀 두산 베어스였다. 물론 이긴다고 우승하는 것도 아니었다. ‘가을 야구’-플레이오프-로 가는 것도 아니었다. 겨우 꼴찌를 면하는 거였다. 그런데도 ‘50대 수원시민’ 둘에겐 더 없이 마음 졸인 경기였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는 ‘죽’을 쑤었다. 적어도 팬에게는 그랬다. 5년 만에 관중이 줄었다. 누적 관중 807만 3천742명이다. 애초 목표 879만 명에 훨씬 못 미친다. 경기장 밖 팬심은 더 싸늘하다. 청와대 게시판이 비난 글도 도배됐다. 야구인 선동렬은 국정 감사장에 불려 나왔다. 야구계 스스로 초래한 패착이다. 아시안 게임에서 병역 논란이 일었다. 병역을 피하려는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다.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국민 비난이 쏟아졌다. ▶구단별 관중도 대부분 급감했다. 야구 도시 부산의 롯데 경기장은 전년보다 12% 줄었다. 한국 야구의 전설 KIA의 홈경기장도 16%나 줄었다. 국내 유일의 넥센 돔구장에는 무려 35%가 줄었다. 성적이 좋아진 대전 한화(+24)와 인천 SK(+16)가 늘어난 정도다. 그에 비하면 KT 위즈파크 관중은 특별하다. 시즌 초 반짝 이후 계속 내리막이었다. 여름 들면서는 탈꼴찌 걱정에 매달렸다. 그런데도 관중은 크게 줄지 않았다. 67만여 명의 시민이 찾았다. ▶창단 4년밖에 안 된 팀이다. 다른 팀과는 의미가 다르다. 굳이 경기결과를 따지지 않는다. 홈런 한 방에 눈물을 쏟는 여성 관중도 있다. 앞치마 아줌마 부대의 열띤 응원도 있다. 여름철 ‘서머페스티벌’은 그 중에도 압권이다. ‘물을 뿌린다’는 발상이 콜럼버스 달걀처럼 됐다. 폭염 속 경기장은 즐거운 워터파크였다. 세계 야구사에 없던 이 모습에 ‘특허 출원’ 얘기까지 나온다. 그러면서 시민은 KT에 젖어들었다. 생활 속에서 야구를 말하기 시작했다. ▶‘탈꼴찌’가 뭐 그리 중요한가. 2018 시즌을 통해 KT가 얻은 건 팬과 지역이다. 원정 떠난 마지막 ‘그 날’, 이 사실이 증명됐다. 응원 못 간 팬과 시민들이 TV 앞에 앉았다. 월드컵 축구 독일전 때처럼 긴장했다. 대한민국이 이겼을 때처럼 환호했다. 두산 팬이 보면 우스울 수 있고, 광주 시민이 보면 의아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4년짜리’ KT 팬과 수원시민에겐 더 없이 행복한 마지막이었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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