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이탈리아 귀족의 성과 사랑, 관습 이야기가 담긴 ‘귀부인의 남자 치치스베오’

▲ 귀부인의 남자 치치스베오
18세기 이탈리아에서 공식적으로 허락된 귀부인의 남자인 ‘치치스베오’에 관한 이야기인 <귀부인의 남자 치치스베오>(서해문집 刊)가 출판돼 역사 마니아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이탈리아어대사전’에 따르면 치치스베오는 ‘18세기에 발달했던 관습에 따라 남편이 부재중일 때 귀부인을 따라다니며 모든 활동을 돕는 시종기사’ 를 의미한다.

 

흔히 호사가들이 생각하는 내밀하고 사적인 관계가 아닌 중요한 사회적 계약으로 맺어진 이들의 관계는 치치스베오의 서비스가 남성 사이의 계약에 기초하며 미망인은 치치스베오를 두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사적으로는 서로간 평온하고 안정된 우정의 관계요, 공적으로는 귀부인의 지루하고 습관적인 일상을 함께하는 동반자이며 그의 주변에 일어나는 여러 갈등을 능숙하게 중재하는 해결사였다.

 

당시 치치스베오를 주로 맡은 젊은 귀족 남성층은 귀부인을 수행하며 세속 생활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으며 치치스베오 한 명이 귀부인 여럿을 수행하거나, 한 귀부인이 동시에 여러 치치스베오를 거느리는 등 재미난 모습을 보였다.

 

치치스베오가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성적인 방종이나 외도의 문제가 아닌 기혼 여성에게 외간 남성의 접근이 공식적으로 허락됐다는 점이다.

 

저자인 로베르토 비조키는 당대의 방대한 1차 사료를 검토해 역사 속 실제 치치스베오의 모습을 재구성했다. 실제로 귀부인과 치치스베오 사이에서 오갔던 편지나 일기 등을 주된 사료로 활용했지만 그림을 비롯해 수많은 희곡과 소설과 회고록 등 문학작품, 여행자의 기록, 카페 주인이 남긴 목록, 소송 기록 당사자 간에 주고받은 편지 등 흥미로운 사료들도 많이 활용했다.

 

아울러 치치스베오는 근대 이탈리아의 귀족 문화를 들여다보는 창으로 활용된다. 이번 신간 도서를 통해 당대 유럽의 귀족 문화를 비롯해 이후 여성에게 정조관념 및 남성에 대한 순종이 강조되며 치치스베오 관련 관습이 사라지며 중세에서 근대로 접어드는 과정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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