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원탁토론&광명시

김동수 지역사회부장 ds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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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탁(圓卓), 영자는 ‘round table’이다. 쉽게 말해 ‘둥그런 탁자’를 말한다. 자칫 무의미해 보일지 몰라도 원탁에는 전설이 있다.

 

아더왕은 중세 유럽사에 있어 영웅으로 꼽힌다. 바위에 꽂혀 있는 엑스칼리버란 성검을 뽑아든 신비한 인물이다. 브리튼의 왕으로 추대된 그는 색슨족을 쳐부순 켈트의 전설적 영웅이다. 아더왕과 원탁의 이야기는 12세기 중반에 쓰인 ‘브뤼 이야기’에서 전한다. 브리튼 왕이 된 후 색슨족과의 전투가 한창이던 때였다. 

아더를 따르는 기사들이 어느 날 식사 시간, 자리 순서 때문에 다툼이 발생했다. 언쟁은 싸움으로 번졌고 결국 죽음으로 이어졌다. 해결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아더는 묘수를 찾는다. 바로 원형 테이블을 마련해 앉는 방법이다. 자연스레 테이블에 앉을 때는 왕인 자신과 기사들 간 상하 구분도 없어졌다. 이후 서로의 격차가 해소되면서 더 이상의 다툼은 없었다 한다.

 

이후 영국에서는 모든 왕과 귀족이 나름의 원탁을 제작한 게 유행이 됐다. 가장 유명한 것이 윈체스터 성벽에 걸린 목제 원탁이다. 직경 6m, 중량 1.25t의 테이블로 중앙에 ‘켈트, 브리튼, 로마의 지배자 아더’ 등이 쓰여 있다.

 

원탁토론은 이 같은 원탁에서 유래했다 볼 수 있다.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선자들은 너나없이 원탁 의미의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심지어 모 시장은 직원 명단을 자신 이름보다 위에 표기하면서 소통을 넘어 섬김을 강조했다. 100여 일이 지난 현재, 과연 그 초심이 그대로인지 의문이다. 소통 소식이 ‘뜸뜸이’가 됐기 때문이다. 서서히 권력에 취해 갈만한 시간도 됐다 싶다.

 

광명시는 최근 박승원 시장이 주관한 500인 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일자리 등 먹고사는 문제에서부터 교통, 보육과 교육, 의료와 복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10명씩 50개의 원탁에 둘러앉아 토론이 진행됐다. 참가자 전원에게 무선 투표기를 지급, 자신의 의사를 직접 표출할 수 있게 했다. 투표 결과는 현장에서 바로 공개했다. 또 각 원탁의 진행자들은 시민들의 의견을 즉석에서 기록, 대형 전광판에 실시간으로 띄워 모두가 볼 수 있게 했다. 중세 원탁의 전설이 광명시에서 현대판 원탁으로 실현되는 듯하다.

김동수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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