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맘 카페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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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김포맘들의 진짜 나눔(김진나)’ 카페에는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원생을 밀쳤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카페 회원이 어린이집 이름과 해당 보육교사의 신상정보를 회원들에게 알렸다.

글을 본 사람들은 어린이집에 항의 전화를 했고, 아이의 이모는 보육교사를 찾아가 폭언을 하기도 했다.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소용없었다. 13일 보육교사는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는 ‘내가 다 짊어지고 갈테니 여기서 마무리됐으면 좋겠다’ ‘홀로 계신 어머니와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에게 미안하다’고 적혀 있었다.

 

아동학대 가해자로 몰린 보육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김포 맘 카페 사건’을 계기로 맘 카페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경찰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가해자로 단정지어 신상을 털고 악성 댓글을 퍼부어 보육교사를 죽음으로 몰고갔다는 것이다. 마녀사냥이란 비난과 함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보육교사 실명을 공개한 사람을 처벌해달라’ ‘맘 카페를 모두 폐쇄시켜야 한다’ 등 강력한 처분을 촉구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아동학대 교사라는 오해를 사 ‘맘 카페’에서 신상이 털릴 뿐만 아니라 CCTV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아이를 좋아해 보육교사가 된 이들이 자괴감에 빠져 일을 관두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맘 카페는 엄마들의 주된 관심사인 육아와 교육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모임으로 출발했다. 초기엔 정보 공유가 활발했지만 점차 거대화ㆍ권력화 됐다. 김포 맘 카페만 해도 회원이 3만 명을 넘는다. 그러다보니 온라인 커뮤니티가 막강한 힘을 갖게 됐고, 긍정적 효과 못지않게 부정적인 면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 여름 ‘태권도 맘충 사건’은 맘 카페의 영향력을 이용해 거짓 정보를 퍼뜨린 대표적인 경우다. 태권도 학원 차량이 난폭운전을 했다고 거짓폭로와 신상털이를 했던 사건으로 학원은 폐업 위기까지 몰렸다.

 

거짓이 드러나 글쓴이는 자필 사과문까지 올렸지만 일부 맘 카페의 경솔한 행동이 엄마들을 ‘맘충(엄마들을 벌레에 빗댄 혐오 표현)’으로 만들었다. 긍정적인 면도 있다.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은 강남 학원 정보 커뮤니티에서 촉발돼 맘 카페를 중심으로 퍼졌다. 사립유치원 비리 역시 맘 카페에서 형성된 공분이 개혁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역기능도 있고 순기능도 있다. 맘 카페의 순기능 회복을 위해서는 회원들 스스로 정보 왜곡과 신상털기, 마녀사냥를 경계해야 한다.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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