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군산과 인천에 심각한 일자리 문제를 일으켰다가 간신히 정상화 방안을 협약한 한국GM이 또 곪아 터졌다. 산업은행은 실사 근거에 조건부 금융제공을 합의하고 지난 5월 한국GM 정상화 방안에 대해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한국GM은 지난 7월 5천만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와 수출물량 확대, 신차 물량 확보계획 등을 발표했다. 그러나 돌연 19일 주주총회를 열고 연구개발 신설법인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를 설립해 법인을 분리하는 안건을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참석하지 못한 가운데 통과시켜 철수 논란을 재점화했다.
법인분리에 대한 한국정부나 지역사회의 의견을 수렴하지도 않고 무리하게 강행한 주주총회 결정은 정부와 인천시 그리고 노조 등 관계기관의 법적 대응과 파업 등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은행과 노조, 인천시는 강력 대응을 외치고 있지만 팀워크가 상실한 상황에서 한국GM에 유리한 칼자루를 맡긴 책임에 대해 근본적으로 돌아보며 냉철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산업은행은 정상화 협약 후 이행에 대한 세부적인 조건과 진행 상황에 대해 무방비로 당하는 책임에 대해 반성하고 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과거 2002년과 2009년 협약을 하고 약속 이행이 부진해 고스란히 우리 정부가 당했던 경험이 있음에도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남아 있는 우선주 출자에 대해 원점 재고도 불사해 무리한 한국GM의 처사를 바로잡아야 한다.
노조는 무엇보다도 산업은행이 주주총회장에 들어가지 못하게 봉쇄함으로써 주주권 행사를 방해한 것에 대해 그 책임이 자유롭지 못하다. 지역사회와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일자리 지키기에 노력한 결과가 이해당사자의 불협화음으로 귀결돼 논란의 원인을 제공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인천시는 신속하게 특혜시비를 감수하고 파격적으로 제공한 청라의 주행시험장 부지회수 방안을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번 사태의 책임을 벗어날 순 없다. 한국GM의 R&D 역량을 강화하고 경쟁력 있는 신차를 지역에서 계속 생산하기 위해 인천시가 최선의 조치를 선제적으로 한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이에 대한 안전장치가 부족해 이번 사태에 불씨를 제공한 모양새다. 업계는 청라 부지가 없었다면 R&D법인의 분리 결정을 쉽게 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SNS로 회수를 경고할 것이 아니라 공식적인 절차로 단호한 대처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불과 6개월 전에 거대 다국적 기업 한국GM에 무력하게 끌려가던 것을 정부와 노조, 지역사회가 합심해 원칙에 입각한 정상화 협약을 끌어냈던 성과가 물거품이 되지 않게 팀워크의 발휘가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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