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에 이런 기록이 있다. 최다 이닝, 최다 승리, 최다 선발등판, 최다 선발승리, 최다 완투, 최다 완투승, 최다 완봉승, 최다 탈삼진. 무려 8개다. 코리안시리즈만 따진 기록이다. 최동원이다. 이런저런 라이벌은 있었다. 하지만, 이 기록에 견줄 상대는 없다. 훗날 야구인 이순철이 이렇게 회상했다. “타석에 들어섰는데 최동원의 공이 안 보였다. 삼진 먹고 들어온 내게 선배들이 얘기했다. ‘요즘 동원이 구위가 떨어졌어’”. ▶야구 말년은 쓸쓸했다. 고향이 그를 버렸다. 롯데 자이언트에서 방출됐다. 은퇴 후에도 돌아가지 못했다. 한화에서 2군 감독으로 마쳤다. 1991년 도전한 정치에서도 부산은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54세 젊은 나이에 암으로 사망했다. 그제야 부산이 눈물을 흘렸다. ‘영원한 롯데 투수, 최동원’으로 기렸다. 그의 등번호 11번이 영원한 최동원으로 남았다. 이제 그는 동상이 되어 고향을 지키고 있다. ▶팬은 영웅을 그리워한다. 영웅을 만들 때 행복해 한다. 거기에 ‘내 고향’이라는 조건이 있다. 부산 야구에 최동원이 그랬다. 부산 출생-구덕초-경남중-경남고다. 광주 야구에 선동렬도 그렇게 가는 중이다. 광주 출생-송정초-무등중-광주일고다. 대구 야구에 이승엽도 그렇게 가는 중이다. 대구 출생-중앙초-경상중-경북고다. 지역 연고를 뿌리에 둔 한국 야구다. 흥행의 조건이기도 하다. 내 고향 선수를 찾는 건 필연적 선택일 수 있다. ▶프로야구 KT 위즈가 사람을 바꿨다. 단장에 이숭용 전 타격 코치를, 감독에 이강철 전 두산 베어스 코치를 임명했다. 시즌 성적이 꼴찌를 맴돌 때부터 인사설은 있었다. 탈꼴찌에 성공했지만 인적 쇄신의 요구는 여전했다. 이 단장 임명은 ‘선수 출신 단장’이라는 최근 트렌드로 해석됐다. 이 감독 임명은 ‘투수 출신의 최강 베어스 살림꾼’이라는 경험이 평가된 듯하다. 많은 팬이 기대를 보낸다. 2019 시즌의 도약을 부탁하는 소리가 높다. ▶그 속에 이런 팬들이 있다. “수원 야구팀인데 수원 사람이 왜 없나”. 이 단장은 현대 유니폼을 입고 수원에서 뛰었다. 수원 야구장을 2구장으로 쓰던 시절이다. 그 스스로 이런 연고를 얘기하곤 한다. 코치로 영입되던 2017년 “수원은 제2의 고향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제1의 고향’이 되는 건 아니다. 이 감독에게는 특별한 수원 연고를 찾을 수 없다. 그 스스로 수원을 말한 기록도 없다. 비(非) 수원 두 명에 맡겨진 KT의 2019년이다. ▶욕심이다. 수원의 야구 역사는 짧다. 부산, 광주, 대구, 인천의 그것과 비교 대상이 아니다. 하물며 단장ㆍ감독에 오를 경륜 있는 야구인은 더 없다. 야구와 출신지역을 엮는 게 옳은지도 따져볼 일이다. 그렇더라도 수원시민들에겐 소박한 꿈이 있다. 영웅 단장, 영웅 감독, 영웅 선수를 갖고 싶어 한다. 그래서 없는 지역 출신을 눈 씻고 찾는 것인지 모른다. 유한준이 홈런치고, 김민이 역투하던 날, 수원 유신고 동문들이 난리 났었다는 것 아닌가. ‘수원의 최동원’, 언젠가 나오겠지….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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