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성인지예산제도를 잘 활용하자

임혜경
임혜경

성인지예산제도는 여성과 남성에 대한 예산의 차별적 효과를 분석하여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예산의 수혜를 받도록 하는 제도로, 성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다. 정부 예산을 기획ㆍ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성평등을 고려하여 예산을 배분하고 운용하는 것이다. 

성인지예산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필리핀이나 인도와 같은 국가에서는 여성을 위한 예산을 성인지예산이라고 하는 반면, 스웨덴이나 오스트리아 등에서는 여성예산뿐 아니라 모든 일반예산을 성평등 관점에서 분석해 정부재정이 여성과 남성에게 동등한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한다. 필리핀이 전체 예산의 일정 부분을 여성을 위해 쓰도록 하는 방식이라면, 스웨덴은 여성과 남성의 경제적 자원 배분 상황을 분석해 정부의 예산분배 방식을 개선한다. 

우리나라는 후자의 방식으로 성인지예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여성을 위한 예산을 따로 편성하지 않고, 전체 예산을 젠더(성평등) 관점에서 분석해 예산서에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각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자신의 사업이 여성과 남성에게 고르게 혜택을 주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인지 예산의 규모가 크다고 해서 성평등정책에 쓰이는 예산 규모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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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성인지예산제도를 잘 운영하면 성평등을 위한 예산이 증대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차원에서 연구개발(R&D)분야 미래인력양성사업을 할 때 성인지예산을 작성하게 되면 연구개발 분야의 여성 진출이 남성에 비해 취약하다는 분석을 할 수 있고, 지원사업이 남성에게 집중되는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여성들의 참여를 좀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2013년부터 지방성인지예산서를 작성하고 있다. 아직까지 제도를 통한 재정배분의 효과는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이는 현재 성인지예산이 ‘예산서’ 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분석’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된다. 경기도는 2018년부터 성인지예산 대상사업을 확대하고, 민선7기 공약사업으로 성인지예산 운용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리고 성인지예산서는 도의회 예산ㆍ결산 심의과정에 부속서류로 첨부되기 때문에 새롭게 구성된 의회의 역할에 따라 그 실효성이 커질 수 있다. 지방성인지예산제도가 내실 있게 운용될 수 있도록 관련 주체들이 관심을 가지고 협력한다면 경기도 성인지예산제도가 충분히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임혜경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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