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은 2017년 10월 미국에서 시작됐다.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을 폭로하고 비난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해시태그(#MeTooㆍ나도 당했다)를 다는 행동에서 출발했다. 하비 와인스타인이 수십 년간 여배우와 여직원들에게 성폭력을 가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투는 급속도로 퍼졌다. 할리우드발 미투는 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는 올해 초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폭력 실상을 고발하면서 미투 운동을 촉발시켰다. 연극연출가 이윤택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고발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 고발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시인 고은, 극작가 오태석, 배우 조민기ㆍ조재현, 정치인 안희정 등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이 수십여 명으로 늘어났다. 최근의 미투는 실제 ‘행동(Movement)’으로 옮겨지는 ‘페미니즘 운동’ 양상이다. 혜화역에 모여 사회 병폐인 ‘몰카’나 ‘여성혐오’ 등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일각에선 ‘거짓 미투’와 관련된 논란도 일고있다. 미국에선 ‘힘투(#HimToo)’란 이름으로 성폭력 무고로 피해를 본 남성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힘투는 여성들이 성폭행ㆍ성추행 사례를 고발하는 ‘미투’에 빗대, 성폭행 무고로 피해를 입은 남성의 사례를 고발하는 온라인 운동이다.
미국의 힘투 바람은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원 대법관 지명 과정에서 시작됐다. 5건의 성폭행 미수 혐의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캐버노를 대법관으로 지명했는데, 캐버노가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는데도 유죄로 몰아간다며 남성들이 ‘힘투’ 해시태그를 SNS에 연달아 올렸다. 캐버노는 최근 연방대법관으로 취임했고, 혐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한쪽에선 반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9월 일명 ‘곰탕집 성추행 사건’으로 힘투에 불이 붙었다. 지난해 한 남성이 대전의 곰탕집에서 여성의 엉덩이를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에 대해 그의 아내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인터넷카페 ‘당당위(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가 만들어졌고, 미투 폭로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는 남성들의 사례가 잇따랐다.
‘거짓 미투’는 가려져야 한다. 하지만 힘투 운동이 성범죄를 당했다는 주장에 대해 의심부터 하게 만들어 미투 운동의 순기능을 해쳐선 안 된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미투 Vs 힘투’라는 성대결 구도로 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