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카슈끄지의 죽음을 보면서 언론의 자유를 생각하게 된다. 사우디 정부의 발표는 마치 ‘탁’하고 치니 ‘억’하고 쓰러져 죽었다는 군사정권 시절 우리 경찰의 발표와 다를 게 없다. 국외로 망명한 반체제 언론인들에 대한 암살과 납치 시도는 지금도 일상 다반사다. 수백 명에 달하는 러시아 푸틴 반정부 국외 망명 언론인과 정적에 대한 암살, 숫자도 알 수 없는 중국의 언론인 탄압 등 오늘도 언론인들은 목숨을 담보로 일하고 있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발표한 국가별 언론자유 순위를 보면 사우디는 최하위권인 169위이고 우리는 43위, 언론 탄압국가인 북한은 꼴찌인 180위다. 사우디를 신나게 비난하고 있는 터키는 157위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반대하는 언론 대표는 판결이 나기 전까지 500여 일을 갇힌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사돈 남 말 하는 꼴이다. 최근 통일부의 탈북민 출신 기자 취재금지와 고성국씨의 유튜브에 대한 동영상 삭제·중단 파문이 있었다.
이낙연 총리와 여당은 연일 가짜뉴스 처벌을 외치고 있다. 자기에게 불리하면 가짜뉴스다. 가짜뉴스를 ‘허위조작’이라고 바꿔 부르면서 자기를 반대하는 진영을 탄압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의 ‘유언비어’ 단속과 다를 게 없다. 욕하면서 닮고 있으니 그 결말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항간에는 ‘대한민국에서는 거짓말할 자유는 있어도 사실을 말할 자유는 없다’는 말이 회자(膾炙)되고 있다. 어떤 명목이든 언론을 국가가 통제하려 들면 곧 반대세력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전체주의를 의미하게 된다. 소위 ‘가짜뉴스’의 진위여부를 정권이 판단하는 것 자체도 전체주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자유언론실천선언 44주년 기념 축사에서 “정당한 언론 활동을 탄압한 지난 국가권력의 부당함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지난 9월 미국 방문 중 문 대통령이 한국 언론과 탈북민들을 탄압하고 있다는 폭스뉴스 질문에 대해 “한국 역사상 지금처럼 언론의 자유가 구가되는 시기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말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가 더 잘 알 것이다. 언론의 자유는 대통령이 말한다고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것이다.
사설이나 칼럼, 기사를 쓰는 언론인과 방송에서 현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이 주위로부터 ‘괜찮겠어?’ 라든가 ‘너무 세지 않아?’라는 말을 듣지 않는 나라가 대통령 말대로 언론의 자유를 구가하는 나라다. 영화 ‘더 포스트’에서 월남전쟁을 둘러싸고 정부가 국민을 속이는 행태를 고발한 워싱턴포스트 사주 캐서린 그레이엄으로 분한 배우 메릴 스트립이 한 말이 가슴을 친다. ‘신문은 역사의 초고(草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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