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술 취한 정치인’ 길들이기

이용성 정치부장 ylee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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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명상 스승인 영국인 승려 아잔 브라흐마가 저자인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를 읽은 적이 있다. 인간의 마음은 술 취한 코끼리만큼 위험하다고 해 제목을 따왔다고 한다. 선배의 강추로 읽게 된 이 책은 아잔 브라흐마가 소개한 108가지 일화가 담겨 있다. 여기서 기자 마음으로 훅 다가온 짧은 우화를 소개한다.

 

코끼리 한 마리를 키우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코끼리를 키우기 위해선 넓은 공간의 집과 땅이 있어야 했고, 집과 땅을 사자니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했다. 한두 푼 모으는 동안 집과 땅을 마련할 돈을 모으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거리만 쌓여갔다. 언제부터 시작된 지 모를 코끼리 한 마리에 대한 욕심으로 삶은 점점 힘들어져만 갔다. 계속되는 심적 고생 끝에 그는 ‘코끼리를 포기할 수 있는 마음’을 받아 들였고, 비로소 평온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삶에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 원하는 어떤 것을 갖지 못해서가 아니라, 원하는 그 마음을 내려놓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함축적 의미가 담겨 있다. 다시 말해 내가 선택한 길이 평화롭지 않고 힘들게 만든다면 그 길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음으로써 진정한 행복과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 말 많고 탈 많은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올해 국감도 ‘맹탕국감’, ‘파행국감’을 여실히 보여주며 여야의 이전투구가 이어졌다.

특히 의원들의 질의 수준도 여전히 문제점을 드러냈다. 피감기관 문제점을 파고드는 전문성 질의보다는 호통과 윽박지르기, 질의 도중 끼어들기, 고성 등 구태가 여전했다. 일부 의원은 존재감을 부각시키고자 벵갈 고양이, 맷돌 등 이벤트성 연출로 빈축을 샀다.

 

행안위 경기도 국감에서 한 의원은 이재명 지사 가족 관련 녹취록을 틀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결국 포기하고, 여배우 문제를 얘기하며 “누가 ‘이 지사와 악연인데 목욕탕을 같이 한번 갔다 오라’고 하더라”고 말해 폭소와 실소를 자아냈다. 국감NGO모니터단은 이번 국감에 대해 ‘야당의 무능과 여당의 지나친 감싸기’를 지적했다.

 

근본적으로 나 하나 유명해지고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이루겠다는 욕심에서 비롯된 이전투구다. 의원들의 각기 다른 욕망이 국민의 평화를 위협한다. 우리의 행복을 비틀거리게 하는 정치인들이여, 제발 마음 속 ‘술 취한 코끼리’는 재우고 코끼리의 주인이 되길 바란다.

이용성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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