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심신미약 살인 감형 엄격한 잣대 필요

최원재 문화부장 chwj7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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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후배의 전화 한통을 받았다. 사촌동생이 정말 억울한 죽음을 당해다면서 가해자가 제대로된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달라는 것이었다.

 

20대 초반의 사촌 여동생이 결혼을 앞두고 예비신랑으로부터 최근 살해를 당했는데 살인 피의자가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계획된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에 따르면 예비신랑은 서울에서 일하는 예비신부를 춘천 국밥집으로 불러 들였고, 이곳에서 목 졸라 살해했다. 예비신부가 숨지자 그는 30cm 흉기로 시신을 훼손하는 엽기성을 보였다.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혼수문제로 다투다 우발적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계획 범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예비신랑은 연인이 목 졸려 쓰러지자 흉기로 급소를 수 차례 찌르면서 사망 사실을 ‘재확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는 자신의 살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면서 형량을 최대한 줄이고자하는 의도로 보인다.

 

최근 살인·강간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후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사례가 늘면서 심신미약이 형량 감경에 악용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씨가 공주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보내졌다. 김씨 측이 수년 전부터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했고, 법원이 김 씨에 대한 감정유치 영장을 발부했기 때문이다. 조두순 사건, 강남역 살인사건,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등 실제로 정신장애 범죄자의 ‘우발적 범죄’는 과거에 비해 증가했다. 국회가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신장애 범죄자의 범행동기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우발적 동기’의 경우 2013년 1천920명에서 2016년 2천765명으로 845명 늘었다.

이같은 사례가 늘어나자 많은 사람들이 심신미약 범죄에 대한 면죄부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범죄자의 심신미약을 판단하는 기준을 더욱 엄격히 하고 양형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사법당국은 심신미약 여부를 좀 더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 또 심신미약 판단 사유를 좀 더 구체화·단계화해야 한다. 특히 심신미약 범죄 살인의 경중에 관계없이 의무적으로 형량을 줄여서 안된다. 심신미약 범죄로 처참하게 살해된 나의 딸, 아들, 친구는 영원히 그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최원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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