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입시가 끝나면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명문대에 입학했다는 학생들의 기사를 접한다. 흔하디 흔한 사교육도 없이, 출발선이 다른 불리함을 이겨낸 학생들의 기사는 잔잔한 감동과 함께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장애인 올림픽이나 기능대회에 참가한 장애인들에게도 ‘인간승리’라는 찬사가 쏟아진다. 대회 참가까지의 숱한 어려움과 눈물겨운 노력, 신체의 한계에 도전하는 감동의 드라마에 대한 당연한 평가다.
누가 봐도 불리한 환경을 극복하며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고, 포기 대신 도전으로 자신의 삶을 바꾸어 나가는 이야기는 개인의 성취를 넘어 꿈과 희망의 메시지로 사회에 활기와 감동을 전한다.
필자에게도 아프지만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경험이 있다. 필자는 가난한 8남매 집안에서 태어나 10명이 단칸방에서 생활했다. 생계를 꾸려나가기에도 벅찬 부모님은 8남매의 교육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보니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걸 포기하는, 아니 정상이 무언지 느끼지도 못하며 자랐던 것 같다. 자연스레 공부와는 담을 쌓았고 학교 주위만 겉돌았다. 그늘지고 뒤틀어진 생활에 익숙해지고 꿈과 희망은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공부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평소와 달리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되레 커닝한 게 아니냐는 추궁과 눈총을 받았다. ‘불량학생(?)’이라는 주홍글씨 앞에 공부해서 얻은 점수는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가정 형편에서 비롯된 환경과 그렇게 만들어진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 일을 계기로 공부를 하게 됐지만 등록금이 없어서 고등학교에 갈 수 없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서 일하며 고등학교에 가기 위해 돈을 벌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여전히 대학에 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사관학교는 등록금이 없는 데다 생활비까지 준다는 얘기를 듣고 사관학교에 입학했다.
만약 그때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사관학교와 같은 시스템이 없었다면 오늘의 서철모는 없었을 것이다.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시스템과 사회적 배려가 불량학생을 화성시장으로 만든 것이다.
필자가 성장할 때보다는 나아졌겠지만 불우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청소년들이 화성시에 2천여 명 있다.
이 청소년들은 자신이 선택한 게 아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일반적인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불리한 환경과 위축된 심리가 뒤엉켜 미래를 꿈꾸기보다는 좌절과 포기에 익숙해지고 있다. 그 결과 가난의 대물림, 고단함의 대물림이 지속되고 있다.
필자의 경험에서 보듯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과 혜택을 늘린다면 이런 악순환은 끊을 수 있다. 삶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사회의 그늘진 곳을 돌보지 않고 자신만 잘 살 수 있는 사회는 없다. 사회의 그늘을 양지로 만들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면 모두가 원하는 따뜻하고 활기 넘치는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런 구조와 시스템을 화성시에 만들 계획이다. 현재까지는 민간 차원에서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며 아동들에 대한 돌봄과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힘들게 센터를 운영하고 계시는 센터장님을 비롯한 참여자들의 희생과 헌신에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다만 현실적으로 아이들의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책으로의 전환, 즉 사회통합적 기능과 아울러 돌봄과 공교육의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기존 공공서비스와의 상호 보완을 통해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도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품고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래서 우리 화성시에 따뜻함과 희망이 넘치고, 가치를 추구하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확산시켜야 한다. 그 긍정의 에너지는 더불어 행복한, 나와 우리가 공존하는 희망의 공동체, 행복화성을 앞당길 것이다.
서철모 화성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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