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민 안전보험에 우선하는 예방행정을

최근 쌀쌀한 날씨가 시작되면서 난방기를 찾게 되는 열악한 주거지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재 인명사고가 연일 기사화 되고 있다. 화재로 인한 피해자들은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로 1.5평 정도의 방에서 스프링클러가 없는 등 무방비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대형화재에서 지적됐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되풀이된 것이다.

우리 사회에 위험이 곳곳에 노출돼 많은 희생과 피해를 가져오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 최소한의 보호와 혜택을 위해 시민 안전보험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인천시도 시민안전보험에 관한 조례안을 의회에서 가결해 내년부터 혜택을 볼 수 있다. 최대보험금 1천만 원이며 폭발·화재, 대중교통이용, 강도, 폭염 등으로 인한 상해 사망과 장애를 보장하는 제도이다. 인천시가 다른 도시에 비해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재난사고가 끓이지 않고 민선 7기 시정부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조에 적절한 선제 조치로 환영하고 지지 받아야 하는 시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자칫 예방에 대한 행정의 소홀함으로 이전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선다. 보험은 피해를 예방하기보다는 불가피한 피해를 보전하는 것이 본질이다. 더욱이 당사자가 보험료를 부담하지 않을 경우 건물 관리자 등과 같은 재난의 직접 당사자들이 사전예방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일종의 공적보험에만 기대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검은 손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안전장치가 최소한으로 전제되고 예방행정이 철저히 담보될 경우 안전보험은 보완적으로 그 역할이 빛을 발하게 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화재에 극도로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인천시 고시원은 2017년 말 현재 700여 곳으로 서울, 경기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많은 숫자다. 한 곳당 평균 30개 방을 고려하면 전체 2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다. 특히 대부분의 고시원이 빼곡한 벌집구조로 좁은 통로와 낡은 시설로써 화재에 취약한 상태로 방치된 상황이다. 3분의 2이상이 2004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로 소방법을 적용받지 않아 제재 밖에 있고 관계기관 지도 단속의 손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처럼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다중시설에 대해 예방차원의 적극적인 행정이 절실히 요구된다.

오늘날 재난의 대부분은 대규모로 피해를 주며 인명사고와 연결되는 등 피해 정도가 심각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대부분 자연적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실수로 빚어진다. 따라서 인간의 노력으로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안전보험과 같은 사후적 혜택보다는 예방적 행정이 그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정책적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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