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IT 업계의 ‘양진호類’

‘회사 대표에게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자고, 편의점 음식을 먹는 숙식 생활 및 학업 포기를 강요받았다. 개인적인 물품을 소유할 수 없게 했는데, 미니 선풍기를 샀다는 이유로 맞았다. 다른 직원은 셔츠 색상을 잘못 입고 출근했다는 이유로 골프채로 맞았다. 한 팀원이 한심한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로 다른 동료에게 이 팀원의 뺨을 주먹으로 치라고 시키고, 약하게 때리면 다시 시키기도 했다’-IT 스타트업에서 일했던 디자이너 김연우- ▶‘마트 쇼핑몰에서 근무하던 중 직원들에게 온갖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 수십 명이 보는 앞에서 발생해 말할 수 없는 괴로움을 겪었다. 마트로부터 사과를 받았고, 가해자 두 사람을 직위해제해 지방으로 좌천시켰다. 두 사람을 다시는 복귀시키지 않는다는 약속도 받았다. 하지만 마트는 올해 2월 가해자 두 명을 모두 복귀시키고 심지어 내 근처에 배치해서 충격을 받았다’-L마트 쇼핑몰에서 근무했던 양도수- ▶‘상급자가 업무가 끝난 뒤 자아비판이나 반성문 형식의 업무 보고를 제출하도록 했다. 채식주의자임에도 계속 육식을 강요했다. 결국, 근로자는 올해 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의 언니는 “동생이 2년 8개월간 근무하면서 46주 동안 주 12시간 이상 연장 근로를 했다”며 “과로 자살은 회사가 개인에게 가한 극한의 폭력이며, 죽음에 이르게 만든 회사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교육콘텐츠 업체 S사 근로자-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IT 노조와 함께 ‘IT 업계 노동실태 조사’를 했다.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지키는 근로자는 응답자의 12.4%에 불과했다.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노동자가 25%를 넘었다. 23.26%는 상사로부터 언어폭력을, 20.28%는 위협 또는 굴욕적 행동을 당했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가 503명이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지난 1년 내 자살을 한 번 이상 생각해봤다고 답했다. ▶IT 업계 종사자들의 고통은 미국에서도 사회문제다. 미국의 기술 미디어 웹사이트 씨넷이 IT 업계 종사자가 회사를 떠나고 싶어 하는 10가지 이유를 보도한 적이 있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과중한 근무 시간, 반복적인 임금체불, 부당한 명령계통 등이 있다. 우리 IT 업계 근로자들에겐 여기에 ‘상관 또는 대표자의 폭행’까지 더해져 있는 셈이다. 4차산업 혁명의 선두업종이라는 IT 안에서 군림하고 있는 ‘양진호類’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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