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컬스데이’ 그리고 ‘팀 킴’

‘영미~ 영미! 영미!’.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의 최고 인기 스타는 대회기간 내내 명승부를 연출하며 사상 첫 은메달을 획득한 여자 컬링 대표팀이었다. 팀의 감독에서부터 선수 5명이 모두 김(金)씨 성(姓)을 가진 여자 국가대표팀 경북도청은 그들의 인맥으로 얽힌 컬링 입문 과정에서부터 지역 특산물인 ‘의성 마늘’까지 외신에 소개되며 ‘팀 킴’, ‘마늘 소녀’로 국내ㆍ외에 소개됐다. 여기에 스킵(주장) 김은정이 불러대는 ‘영미! 영미!’ 스위핑 주문은 일약 최고의 유행어가 돼 ‘영미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팀 킴’은 올림픽 이후 여러편의 CF 출연 등으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그 여파로 컬링은 국민적 사랑을 받는 인기종목이 됐다. ▶이후 약 8개월이 지난 11월 8일. ‘팀 킴’ 선수들이 대한체육회 등에 한국 컬링의 ‘대부’로 불렸던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그의 딸인 소속팀 감독, 남자팀 감독인 사위 등 일가의 전횡에 대한 호소문이 접수됐다. 호소문에는 전 부회장의 폭언과 선수들의 사적인 행사 동원, 감독의 올림픽 선수 출전 시도, 올림픽 후 대회 출전 제지, 대회 상금의 착복 의혹 등 포함돼 충격을 던져주었다. ▶국내 여자 컬링은 두 차례의 올림픽 출전에서 기대이상의 선전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으며 발전 기회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이를 저버렸다. 지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여자 대표팀이었던 경기도청이 첫 올림픽 출전서 비록 4강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연이은 선전으로 국민들에게 컬링을 알렸고, 한 달 뒤 열린 세계선수권서 ‘4강 신화’를 일구며 ‘평창 희망’을 밝혔다. 그러나 당시 인기 걸그룹의 이름을 패러디해 ‘컬스데이’로 불렸던 경기도청 팀은 세계선수권 직후 코치의 폭언과 성추행, 포상금 기부 강요를 폭로하며 집단 사표를 제출, 모처럼 일은 컬링 붐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리고 4년 뒤 컬링계의 잘못된 관행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팀 킴’ 선수들의 눈물 어린 호소에 여론이 들끓자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특정감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컬링계에서는 오래전부터 경북도청 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고 한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국내 스포츠계가 다시 한번 관행적인 부패 고리를 끊어내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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