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간강사의 법적 지위 보장과 처우 개선을 내용으로 한 ‘시간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이 12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그런데 대학 시간강사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한 개정안이 이들의 대량해고를 낳고,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010년 조선대 시간강사 고 서정민 박사가 열악한 처우개선을 호소하며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추진됐던 이 법은 시간강사들의 임용 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하고 강사에게도 교원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시간강사들과 대학의 반대로 8년간 4차례나 시행이 미뤄졌다.
시간강사들은 1년 이하 비정규직 강사를 양산하게 되고 대학 측에서 예산 부담을 이유로 강사들을 대량 해고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의 예측대로 대학들은 시간강사를 줄이는 대신 초빙·겸임 교원을 늘리다 보니 그 사이 시간강사 숫자는 2012년 10만9천743명에서 2018년 7만5천329명으로 31%나 줄었다.
내년 1월 1일 시행을 목표로 이번에 제출된 개정안은 지난 9월 강사 노조와 정부, 대학 3자가 최초로 합의한 안이다. 새 시간강사법은 임용 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하도록 한 것은 종전 법안과 같지만, 강사 임용을 최대 3년까지 보장하고 방학에도 임금을 주도록 했다. 문제는 3자가 합의한 이후에 대학들이 예산 부담을 이유로 시간강사를 대량 해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학들은 법이 바뀌면 강사 인건비로 연간 2천억~3천억원을 더 써야 하는데 10년째 등록금 동결로 어렵다는 것이다.
대신 기존 교수들에게 강의를 더 맡기고 소규모 강의를 통합해 대형 강의로 운영하려 하고 있다.
결국 근로자를 위해 최저임금을 높였더니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로, 시간강사를 살리려는 법이 오히려 이들을 죽이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여당은 법 통과도 중요하지만 현실을 파악해야 한다. 이미 대학별로 시간강사 감원 쓰나미가 시작됐는데 법이 그렇다며 아무리 대학을 닦달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시간강사들은 대부분 박사학위를 소지한 최고 학력자들이다. 그들이 거기까지 갈 때의 시간과 돈과 노력을 생각하면 정부에서 방관하면 안 된다.
실제 시간강사의 바람은 방학 때 임금을 안 받아도 좋으니 신분보장만이라도 확실히 해주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해달라는 것이다. 정부는 법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시간강사의 처우를 보장하는 재정적 지원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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