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학교 버스에서 내리고…

 

나는 학교만 55년 다녔다. 배우러, 그리고 가르치러 그렇게 흐른 시간이 학교에서만 순수하게 55년이다. 학교 안에서 반세기를 보내면서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 학교라는 공간에서 55년 만에 나를 내려놓고 떠나 버리는(시간과 공간을 버스라고 하자) 버스를 바라보다가 내 앞에 펼쳐진 세상은 이육사의 시 ‘광야’와 같은 신성함보다도 두려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어떻게 하지? 학교가 아니면 내가 할 일은 뭐지?’ 교실에서의 풍경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참 재미있었고 보람도 있었던 공간이었지만, 생각해 보면 제자들에게 상처도 주고, 죄도 많이 지었는데, 그 아이들한테 미안해서 어떻게 보지?

‘그래도 어쩌란 말이냐? 나의 인생 다시 시작하는 거야~’

큰 숨 내 쉬고 그렇게 나는 씩씩하게 세상 밖으로 나왔다.

“퇴직 후 정치를 해 보시지요?” 하며 교장실로 여러 차례 찾아온 분에게, “밥알이 얼굴에 붙어 있으면 웃음거리가 되니, 교육자인 나는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고 싶지 않다”고 정중히 사양을 했고, 고맙게도 근처 대학에서 강의를 해 달라는 담당교수님들의 방문에 ‘앗싸~ 쾌재다’하고 학교에 가 보니 막상 젊은 교수의 자리를 빼앗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어 거절하고 돌아온 것은 지금도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옛날 어르신들께서 ‘마음만은 청춘’이라 한 말이 나에게도 적용이 되는 나이가 되었다. 그동안 학교 다니느라 묶여져 있던 시간을 털어 버릴 수 있어서 홀가분한데, 학생일 때에는 돈이 없어서 못했었고, 교사가 되어서는 시간이 없어서 못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해 보면서 보석 같은 청춘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이젠 건강을 염려하고 있으니 이 또한 인생무상 아닌가?

그래도 보람 있는 일을 해 보자고 생각한 몇 가지가 있다. 오고 가는 길손들에게 차가 있고 얘깃거리가 있는 예쁜 카페를 할까? 젊은 가정들에게 고추장, 간장, 된장을 담가줄까? 아픈 노인들에게 목욕 봉사를 할까? 표현했다가 남편과 아이들에게 한 소리 들었다. “그냥 놀기만 하라”는….

인정의 한자녀더갖기운동연합 경기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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