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조선백자의 산실, 광주 분원의 미래

 

경기도 광주는 1467년부터 1883년까지 조선시대 관요(官窯: 국영 도자기 공장)인 사옹원 분원(司饔院 分院)이 설치되어 왕실용 백자를 만들었던 역사의 고장이다. 대영박물관의 ‘백자 달항아리’ 같이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최고의 조선백자는 거의 모두가 여기에서 만들어졌다. 무려 520여 명의 사기장들이 모여 전국의 이름난 백토와 광주의 나무로 백자를 굽고, 한강을 이용해 매년 봄ㆍ가을 왕실에 진상하던 분원 관요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위대한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분원 관요를 대할 때면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광주 전역에는 가마터 유적이 340여 곳이나 남아 있고 그중 78개소가 국가사적 314호로 지정되었지만 그 역사적 가치를 오늘날 문화자산으로 활용하는 데에는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교수는 마지막 관요 유적지인 분원리 가마터(1752~1883)를 답사하고 ‘팔당호수가 드넓게 펼쳐지며 갈대섬 너머 능내리 마을이 아련히 다가오는 이 풍광 수려한 분원초등학교 자리는 조선백자가 마지막 꽃을 피우고 쓸쓸히 막을 내린 내 마음속 국토박물관 1번지다’ 라고 술회했다. 이러한 감동을 우리 모두가 쉽게 누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관요 유적은 대부분 그 흔적만 남았을 뿐 일반인이 볼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가마터는 매장문화재로서 보존ㆍ정비의 대상이다. 시민들에게는 규제로 인식될 수 밖에 없고, 종종 제기되는 개발관련 민원은 조선백자의 화려한 이면을 씁쓸하게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적을 자원화하는 것은 둘째 치고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보존하는 것 조차 쉽지 않은 형편이다.

다행히도 문화재청과 광주시는 2022년까지 78개 사적지에 대한 학술조사와 보존관리방안을 수립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또, 광주시는 남한산성과 분원리 가마터를 중심으로 경안천 일대를 잇는 역사환경문화벨트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소중한 유산을 정비하고 가치있게 활용함으로써 문화관광산업 진흥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 매우 고무적인 계획이다. 물론 시간이 걸릴 것이고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그러나 유적의 정비부터 하나씩 해결해 간다면 분원의 역사적 가치는 미래의 문화ㆍ관광산업을 이끄는 든든한 자원으로 거듭날 수 있다.

지자체의 힘만으로 이 모든 것을 해나갈 수 있으니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것이다. 이제는 중앙정부가 관심을 갖고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분원의 미래는 경기도나 광주시의 현안을 넘어 자랑스런 한국도자의 역사를 계승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장기훈 한국도자재단 경기도자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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