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김동연의 Well-Ending

김동연 부총리는 떠날 사람이다. 11월9일, 교체가 확정 발표됐다. 후임자까지 이미 결정됐다. 조직 장악력이 있을 리 없다. 책상은 있되 권한이 없는 속칭 ‘식물 임기’다. 재임 기간도 그리 편치 않았다. 청와대와의 정책적 잡음이 계속됐다. ‘김동연-장하성 불협화음’이란 기사가 끊이지 않았다. 퇴임의 이유도 명예롭지 않다. 누가 봐도 경질이다. 이쯤 되면 정 떨어질 만도 하다. 팽(烹)의 서운함을 가질 만도 하다. ▶그런 그의 하루하루가 바쁘다. 1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실을 찾았다. 때마침 여야 간사들이 모여 있었다. 새해 예산안을 심의할 소위 구성을 논의 중이었다. 김 부총리가 조속한 소위 구성을 부탁했다. 새해 예산안의 법정기한 통과를 위해 이른 시일 내 심의 시작이 필요함을 설명했다. “제가 이번 정부 예산안을 편성했고…과거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아주 성의있게 의원들을 보좌하면서 하겠다”고 했다. ▶20일에는 아침부터 세종로 정부 서울청사에서 경제현안간담회를 주재했다. ‘떠날 부총리’가 주재하기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자리다. 하지만, 그는 과학기술부 장관, 문화체육부 장관, 국토부 장관을 다 불렀다. 새로 취임한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참석시켰다. 여기서 “경제활력 저하가 우려된다. 규제개혁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최근 행보만을 놓고 보면 새로 시작하는 각료만큼이나 열정적이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도 비슷한 시기에 교체됐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점에서 김 부총리의 예와 닮았다. 그런데 마무리 모습이 천양지차다. 김 전 장관은 교체 발표 이후 모습을 감췄다. 환경부 국정감사장에도 안 나왔다. 환경부 예산심사장에도 없었다. 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에도 빠졌다.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경제관계장관회의에는 모두 차관을 내보냈다. ‘몸이 아파서…’라더니, 퇴임식은 멀쩡히 치르고 떠났다. ▶공직자는 퇴임일까지 법률적 책임을 진다. 고위 공직자에게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인사 발표부터 사실상 손을 놓는다. 골치 아픈 일정은 외면한다. 대통령의 만찬 초대를 퇴짜 놓는 경우도 있다. 세상이 이러다 보니, 김동연 부총리의 마무리가 더 주목된다. 마지막까지 국회의원 찾아가 머리 조아리고, 장관들 불러 지시하고 당부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래서일까 그의 표정도 어느 때보다 밝아 보인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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