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전문가인 아주대 최영화 교수
감염병과 관련된 책 한자리에 집대성
풍부한 전문지식으로 이야기 풀어가
전염병은 인류 사회에 큰 상처를 입혀왔다. 14세기부터 대유행한 흑사병(페스트)은 유럽 인구의 30~40%를, 20세기 초엽에 발생한 스페인 독은 불과 2년 만에 전 세계에서 5천여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현대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수십만, 수백만 마리의 가축을 살처분하는 광경을 미디어를 통해 지켜보며 “언젠가는 저 가축이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불과 한 달 전에는 쿠웨이트를 다녀온 60대 남성이 메르스 양성 반응을 보여 온 미디어가 들썩였다.
<감염된 독서: 질병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글항아리 刊)는 아주대병원 최영화 교수가 감염병에 대해 쓴 에세이와 서평을 모아놓은 책이다.
특히 책 속의 나와있는 감염병을 소개하고, 알기쉽게 설명한다.
가령 아메바성 이질의 격렬한 모습은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퇴직하고 60세가 된 프랑스인 올리비에는 1년에 6개월씩 4년 동안 1만2천㎞를 걷는다는 계획을 세운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이란의 테헤란을 거쳐 실크로드가 있는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을 통과하고 중국 시안까지 가는 여정이다.
그의 여행을 중단시킨 건 고된 일정도, 식량 부족도, 마적 떼도 아니었다. 아메바성 이질이었다. 설사로 시작된 증상은 이내 격렬해져서, 구토와 갈증 설사를 반복했다. 뱃속에서 아메바가 들끓고, 토하고 피와 점액을 배설하며 그는 사흘도 안 돼 몸무게가 11㎏이나 빠졌다. 비행기에 실려 집으로 돌아간 그는 이질을 치료한 뒤 다시 길을 나서서 원래의 목표를 이뤘으며 책 속에 그 과정을 담았다.
이처럼 저자는 <압록강은 흐른다> 속의 급성출혈결막염이나 <닥터 지바고> 속의 발진티푸스 등 다양한 책에 등장하는 감염병을 이야기하고, 전문 지식으로 더 풍부하게 그 내용을 풀어낸다.
한편, 저자는 국내 에이즈 최고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염내과 의사로서 사스 의심 환자를 진료했고(2003), 그와 관련해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아주대 의과대 졸업생들이 선정해서 주는 ‘황금분필상’(2010, 2014)을 받은 성실한 선생이기도 하다. 간이식 환자의 이식 후 균혈증과 관련한 논문으로 대한감염학회 학술상(2013)을 받았으며, 2015년 메르스 유행 때 즉각대응팀 일원으로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아 아주대학교 총장상(2015)을 받기도 했다. 값 1만5천원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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