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0일(현지시간) 비핵화 협상 한미워킹그룹 1차 회의결과 미국 정부가 남북 철도연결을 위한 공동조사 사업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더뎌지면서 함께 늦춰졌던 남북 철도 사업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이도훈 본부장은 이날 워싱턴DC에서 한미 워킹그룹 1차 회의를 마친 뒤 특파원들과 만나 “미국 측이 남북철도 공동조사 사업에 대해 강력한 지지(strong support)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안에 철도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일단 조사부터 해야 착공식이 가능할 것 같다”고 연내 착공 가능성도 전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한미워킹그룹 회의 참석 전 “비핵화 문제와 남북관계 진전이 나란히 함께 가야하며 이것이 한미 간 공조를 위해 워킹그룹을 출범한 목적”이라며 “양국은 서로 다른 소리를 한다거나, 상대국이 알지 못하거나 상대방의 의견 등을 듣지 않은 채 행동을 취하는 일이 없게 될 것”이라고 말해 남북협력사업 추진에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이란 예상과는 결이 다른 결과이다.
이 본부장은 이에 대해 “제재 면제가 워킹그룹 목표는 아니었다. 남북 철도 공동조사와 관련된 기술적인 문제를 논의했다”면서 “기술적 문제라는 게 본질을 해치는 게 아니라 사소한 문제다. 우리로선 미국과 협의해서 제재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체적 남북사업 추진 취지가 무엇인지, 이를 통해 비핵화에 어떻게 기여할지 우리의 전략과 생각을 논의했다”며 “그런 차원에서 (미측이) 철도 공동조사에 대한 강력한 지지 표명한 것”고 강조했다.
남북은 애초 경의선 철도 현지 공동조사를 10월 하순부터 실시한 뒤 11월말~12월초 철도 연결 착공식을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그동안 북-미 비핵화 협상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서, 남북 공동조사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한 비핵화가 함께 가야 한다”며 ‘남북 관계 과속’ 우려를 나타내왔다.
이날 미국이 철도 공동조사 사업에 ‘전폭적 지지’를 표한 것은 이 사업에 제동을 걸지 않겠다고 확인한 것이자, 북-미 대화에서도 일정 부분 진전이 이뤄지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한미 워킹그룹에서 미국이 남북철도 공동조사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표명함에 따라 일정은 순연됐지만 사업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해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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