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국가적 봉사와 책임은 사업의 길에 투신하는 것이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호암(湖巖) 이병철 전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그의 일생은 ‘사업보국(事業報國)’, ‘인재제일(人材第一)’, ‘합리추구(合理追求)’의 기업가 정신으로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
삼성전자의 전신은 지난 1969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성사(현 LG전자)와 대한전선(대우그룹에 매각)이 쌍두마차로 가전업계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수원에 삼성전자공업을 창립하며 후발주자로 과감히 뛰어들었다. 그가 1970년에 내놓은 첫 번째 제품은 흑백TV와 선풍기였다. 이후 국가 경제 백년대계를 위해 반도체 산업에 진출하며 상호를 지금의 삼성전자로 변경한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전자회사로 처음 등극한 일은 매출 153조 원을 돌파한 2010년이다. 2017년 12월 말에는 매출액 239조 5천억여 원을 기록했다. 같은 해 우리나라 정부예산 400조 7천억여 원의 절반을 훨씬 웃도는 액수다.
최근 삼성전자가 유럽브랜드연구소(EBI) 선정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19위에 올랐다. EBI의 글로벌 100대 브랜드 기업 순위는 전 세계 16개 업종의 3천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브랜드 가치를 산정해 매긴다. 지난해 23위에서 4계단 뛰어오르며 전 세계 반도체 업계의 최대 경쟁자인 인텔(21위)도 제쳤다. 올해의 브랜드 가치는 392억 7천500만 유로(약 50조 4천200억 원)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브랜드 컨설팅 전문업체인 ‘인터브랜드’의 ‘2018년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 보고서에서 브랜드 가치 598억 9천만 달러로 전 세계 6위에 올랐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대한 국내 현실은 냉혹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특허침해 소송, 독과점 의혹을 제기하며 끊임없이 견제구를 날린다. 특히 중국은 200조 원이라는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며 삼성 따라잡기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 19일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이병철 전 회장의 3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오너가(家)는 주말에 미리 다녀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 자리에서 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다행히 나는 기업을 인생 전부로 알고 살아왔고, 나의 갈 길이 사업보국에 있다는 신념에 흔들림이 없다”(1976년 11월 전국경제인연합회보에서 호암). 나라 경제가 어렵다. 보국하는 기업가들이 어느 때보다 존중받아야 한다.
김창학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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