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세대(1955년~1963년 생)의 끝 자락에 걸치다 보니 또래 모임마다 퇴직과 인생 2막 이야기가 단골 메뉴가 됐다. 당연히 든든한 연금이 보장되는 공무원 친구가 가장 부럽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던가.’
“우리 취직할 때(1980년대말)는 공무원은 시켜줘도 안 했다”라는 30년 전 시대 상황을 억지로 끄집어내 스스로를 위로해 보지만 부러움이 가시질 않는다.
모여 앉은 또래 친구 중 한 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퇴직 이야기 끝에 하는 말이 “퇴직 후 도시에서 부부가 살려면 눈만 껌벅거리고 살아도 한 달에 150만 원은 있어야 한다”라며 혀를 찬다.
‘눈만 껌벅해도~’라는 말에 한바탕 웃고 보니 정신이 번쩍 든다. 웃을 이야기가 아니다. 기본 생활비, 주택 대출이자와 관리비, 늘어나는 병원비에다 의료보험료까지 구경도 못하고 통장만 통해 빠져나갈 돈이 줄을 서 있다.
승용차 운행과 경·조사 챙기기는 엄두도 못 낸다는 것이 그 친구의 치밀한(?) 분석이다. 말을 듣고 보니 정말 눈만 껌뻑거리며 살아도 150만 원 정도는 훌쩍 사라질 듯하다.
정말 그럴까라는 두려움에 “에~이 아무것도 않고 사는데 꼭 150만 원씩이나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라고 반문해 보지만 소용이 없다.
문득 각 TV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제작하고 있는 인생 2막의 자연생활 프로그램이 40~50대에서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뉴스가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도 자연생활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시청자이다.
아마도 도시생활의 피곤함이 베이비부머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돌리는 가는가 보다. 답답함에 자연에 시선을 돌려보지만 정작 자연의 품에 안길 용기를 내기 또한 쉽지 않다. 베이비부머들이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유제홍 인천본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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