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나는 갑질을 ( ) 적이 있는가

갑질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다시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근 양진호 회장의 무차별적 폭행 사건과 맥도날드 직원에 대한 햄버거 투척 사건은 사회적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사실 갑질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몇몇 재벌 그룹 총수 일가의 연쇄적인 갑질은 매번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곤 했다.

사회 지도층의 끊이지 않는 갑질 현상은 우리나라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그런데 더욱 문제인 것은 이러한 갑질 현상이 단지 재벌 총수에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먹이 사슬처럼 수많은 차원에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 깊숙이 만연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깨닫지 못하면서 갑질을 ‘행’하고 ‘당’하고 ‘방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 이 사회 고질병인 갑질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갑질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일렁일 때마다 갑질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고 만다. 갑질 가해자는 여론이 악화되면 잠시 몸을 조아리고 뒤로 물러나는 척하지만 미꾸라지처럼 법망을 빠져나가 다시 자신의 사회적 위상을 되찾는다. 반면 갑질을 문제 삼은 피해자는 오히려 더욱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갑질을 규탄하는 시위를 할 때 신원노출을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 까닭에 갑질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해 줄 법적 장치가 시급하다. 현재 국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추진되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점은 아쉬운 일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역시 갑질 행위에 대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갑질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른 한편 갑질에 대응하는 을의 연대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갑질을 당해도 그것은 피해자가 재수 없어 생긴 일 일뿐 나와 상관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방관한다면 갑질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갑질 피해 당사자가 오히려 배척당하는 조직 문화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갑질은 근본적으로 뿌리 뽑을 수가 없다. 나도 갑질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외면하거나 침묵하지 않고 피해자와 연대하는 일이야말로 피해자를 구원하는 일인 동시에 나 자신을 구원하는 일이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된 갑질을 완치하기 위해서는 연대라는 실천적 행동과 더불어 나 자신은 갑질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갑질을 ( ) 적이 있는가?” 나는 갑질을 (한) 적도 있고, (당한) 적도 있고, (방관한) 적도 있다. 그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고 반성할 일이다. 우리 모두 “나는 갑질을 ( )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내려 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연권 경기대 다문화교육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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