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통계응답자들과 함께 김치를 담갔다. 그날 담근 김장김치는 통계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소년소녀가장과 고령자 가구에 전달됐다. 이렇게 통계조사로 인연을 맺은 이웃들과 같이 김장을 하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과 마음을 나누면서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고 스스로 위로해 보지만 통계수치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지난 10월 발표한 ‘통계로 보는 경인지역 웰빙’을 보면 2015년 19만1천 가구였던 경기도 65세 이상의 독거노인가구는 2017년 21만7천 가구로 늘어났고 2045년이면 82만9천 가구로 경기도 전체가구의 14.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양적 변화뿐만이 아니라 삶의 방식에 관한 의식도 변하고 있다. 이번 달 초에 나온 ‘2018년 사회조사 결과’에서는 자식들이 있음에도 부모만 따로 사는 비율이 69.5%로 나타났고 부모 부양에 대해서 ‘가족과 정부·사회’가 함께 돌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48.3%로 가장 많았다.
정부는 생애주기별 복지정책으로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그렇지만 복지정책을 좀 더 세밀하게 시행하기 위해서는 인간다운 삶의 질을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는 통계의 확충이 선행되어야 한다. 통계청은 2011년부터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삶의 질’ 측정을 위한 다양한 지표를 개발해 왔고 세계 각국에서도 ‘웰빙(Well-being)’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지표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서 통계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함께 ‘미래웰빙(The Future of Well-being)’ 이라는 주제로 제6차 OECD 세계포럼을 개최한다.
11월 27일부터 사흘간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이번 포럼에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와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학 교수, 장 폴 피투시 파리정치대학 교수 등 세계적인 석학들과 세계 각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해서 향후 수십 년 동안 인류의 삶을 새롭게 변화시킬 ‘웰빙’을 논의하게 된다. 특히 첫날 발표되는 ‘경제성과와 사회발전 측정에 관한 고위 전문가 그룹 보고서’에 세계적인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사회발전의 척도로 활용되었던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발전지표에 대한 기대감의 반영이며 웰빙이 미래 경제를 움직이는 중요한 화두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겨우내 먹기 위해서 담그는 김장김치처럼 우리 기업의 미래전략 수립에 웰빙이 빠져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손영태 경인지방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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