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인도네시아 와카토비 국립공원 안 카포타섬 해변에서 몸길이 9.5m의 고래가 발견됐다. 이미 부패가 진행된 상태지만 섬 주민들이 살을 떼가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국립공원 측이 출동해 사인을 조사했다. 향유고래인 이 고래의 위장에선 플라스틱 컵 115개(750g)를 비롯해 5.9㎏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다. 컵 이외에 하드 플라스틱 19개, 플라스틱병 4개, 샌들 2개, 플라스틱백 25개, 나일론 가방 1개, 기타 플라스틱 1천여 개가 나왔다. 고래 배 속이 플라스틱 쓰레기 하치장을 방불케 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잔뜩 먹은 고래가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스페인 남부 해안에선 길이 약 10m의 향유고래가 죽은 채 발견됐는데 배 속에서 무려 29㎏의 쓰레기가 나왔다. 부검 결과 이 고래의 위장과 소장 등 내장 곳곳에 비닐봉지와 그물 조각, 플라스틱 물통들이 가득했다. 지난 6월 태국 연안에서 발견된 둥근머리돌고래 배 속에서도 80여 개의 플라스틱백이 나왔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고래뿐 아니라 다른 바다생물들도 수난을 겪고 있다. 스페인의 한 매립지에선 비닐봉지에 온 몸이 갇혀버린 황새가 발견됐고, 코스타리카 연안에선 바다거북 코에 12㎝ 플라스틱 빨대가 깊숙이 박혀 고통받는 것을 구조대가 뽑아낸 적이 있다. 비닐을 해파리로 오인해 먹는 바다거북의 피해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초 발표된 해양 오염에 관한 한 보고서는 바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10년 안에 3배로 불어날 것으로 경고했다. 유엔도 지난해 말 매년 바다로 흘러드는 약 1천만t의 플라스틱 쓰레기로 해양생물이 ‘회복할 수 없는 피해’에 당면해 있다며 해양 플라스틱 오염 줄이기 노력을 촉구했다. 이 속도로 쓰레기가 계속 배출되면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9일 부안 앞바다에서 잡은 아귀의 배에서 500㎖ 페트병이 나왔다. 위산에 녹지 않는 일회용 생수병이 온전한 모습으로 발견된 것이다. 그 전에도 아귀, 물메기 등에서 플라스틱 조각이나 비닐 등이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우리가 버린 것일 수도 있고, 중국 등 인근에서 흘러온 것일 수도 있다.
지구가 플라스틱 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양동물뿐 아니라 지구 생태계를 위협한다. 지구촌이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고래가 속 편한 세상이어야 인간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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