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용인(龍仁)에게 건네는 화두

어떤 지역을 잘 알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첫째, 주거와 교통 환경과 지역사회의 여론이 될 수 있다. 둘째, 역사적 흐름과 고유의 문화적 측면이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나는 기관이 소재한 용인에 대해 역사와 문화적 관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공유하고자 한다.

서울 면적의 98%에 달하는 용인시에는 처인·수지·기흥의 3개 행정구가 있다. 먼저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귀에 익은 처인구가 있다. 고려시대 처인부곡이라고 불렸던 지역명에서 유래하였다. 이곳은 승려 김윤후가 1232년 고려와 몽골 전쟁 당시 2차 침략의 적장인 살리타를 사살한 곳이다. 당시 주민들은 몽골이라는 거대제국에 맞서 용맹하게 싸웠다. 김윤후의 카리스마와 리더십도 크게 작용하였겠지만, 처인성 승첩의 중요한 배경에는 부곡민의 항전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스스로 일어나 애국심을 실천한 끝에 얻어낸 위대한 승리는 ‘처인구’라는 이름으로 거듭나고 애국의 역사와 향기를 담고 있다.

용인의 다른 구에도 이런 항쟁의 역사가 이어오고 있다. 그곳은 바로 ‘수지구’로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항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머내독립운동’이라고 알려진 이 항쟁은 1919년 3월29일 독립운동가 안종각 지사가 사랑방 이불을 찢어 태극기를 만들고 주민들과 함께 독립투쟁에 나선 운동이다. 지역역사연구모임인 ‘머내여지도’가 제안하여 지난 3월 재현한 이 운동은 일제의 탄압에 맞선 또 다른 하나의 용기와 애국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지역인 ‘기흥구’에는 지난해 3월 개청한 보훈청이 위치하고 있다. 지금은 나라의 평화가 유지되고, 어떤 형태의 침략에도 맞설 수 있는 굳건한 국방력을 지니고 있다. 북한과의 관계 또한 현 정부의 부단한 노력으로 평화통일과 민족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역사에 기록된 시련의 시대와는 너무나도 다른 현 상황 속에서 신설기관인 우리는 독립·호국·민주의 역사를 이어 갈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커진다.

경기동부보훈지청은 독립유공자들의 애국정신을 후손에 전하기 위해 국회의원, 용인시, 수지구청, 기흥구청, 교육지원청, 단국대, 용인문화원 그리고 지역역사 연구모임인 ‘머내여지도’ 등과 함께 2018년 10월 ‘보훈혁신자문단’을 발족하였다. 자문단은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에 대한 발굴과 포상 등 예우를 추진하고자 한다. 특히 2019년 329 머내독립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재현운동을 민관 공동으로 추진하고, 국민 참여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비록 작은 시작의 단계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용인시와 지역주민들과 함께 새롭게 써나갈 역사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렌다.

천 년 역사 경기도, 특례시 지정의 경사를 맞이하는 용인시와 지청이 함께 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하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적 모델’을 새롭게 제시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박용주 경기동부보훈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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