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立冬)이 지나 차가운 두 손을 비빌 때면 어김없이 김장철이 돌아온다. 주부들의 손길이 바빠지고 마음은 차가워진다. 김장을 하자니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물론 핵가족 시대이고 보니 김장이 필요조건은 아니지만 가족의 다양화로 변해가는 시대인 만큼 부부가족, 독신가족이 늘어나고 동거가족, 조손가족 등 조촐한 가족형태로 김장을 번거롭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녀가 결혼하여 자아분화를 못하고 부모 곁에서 전적으로 부모의 도움을 받으며 사는 확대가족이 많아짐에 따라 표면적으로는 핵가족이지만 보통 4인을 기준으로 김장을 해야 한다.
식품 농산부에서 밝힌 올해 김장 비용은 4인 가족 배추 20포기 기준으로 26만 원으로 평년에 들던 김장비용 23만6천 원보다 2만4천 원이 인상된 셈이라고 밝힌바 있다. 올해 유난히 덥던 폭염으로 인해 김장거리가 대폭 인상되었다고 본다. 유난히 가을배추와 가을무는 맛있다. 재료의 선택도 매우 중요하다. 지인을 통해 주로 시골에서 직접 키운 배추로 절인 절임배추와 고춧가루를 구입하여 김장을 하고 남은 고춧가루는 일 년 동안 사용한다. 젓갈도 새우젓을 사용하면 입맛에 맞는 시원한 김장김치가 만들어진다.
언제부턴가 수입의 열풍이 불고 농산물도 수입 제품이 많아진 것을 볼 수 있다. 수입 농산물은 솔직히 유통과정을 믿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직접 아는 지인을 통해, 또는 부모님께서 농사지으신 김장거리를 갖다 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지난 15일, 핵가족 시대, 독신가구, 1·2인 가구가 늘면서 포장 김치를 둘러싼 업계들의 경쟁도 치열하다는 언론의 보도를 들을 수 있었다. 주로 구매자가 50대 이상이 40.4%로 증가했다. 50대의 구매자, 그들은 왜 김치시장에서 치열하게 구매를 하는 것일까. 그것은 출가한 자녀나 독신으로 살아가는 자녀를 주기 위한 것이다. 식구가 적은 가구나 독신가구는 포장 김치가 구입하기 편리해서 인기일지 모르나 김장김치는 부모님에게서 갖다 먹으며 엄마의 손맛을 느끼고 행복해하는 정서가 필요한 게 아닌가, 우리의 문화, 우리의 김치를 전 세계에 널리 알려 세계시장에 김치가 많이 수출되어 우리의 경제에도 한몫 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송유나 서울사회복지대학원 교수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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