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성숙한 노조원의 모습

권혁준 경제부차장 kh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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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경기지청장은 한 달째 자신의 집무실이 아닌 외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한 달 이상 지청장실을 점거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어서다. 지청장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쫓겨난 신세가 된 셈이다. 이들은 왜 노동청장 집무실 점거에 나섰을까?

발단은 이렇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잡월드(성남 분당 소재)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놓고 노사간 대립이 격화됐다. 잡월드에서는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를 통한 간접고용 방식을 주장한 반면 노조에서는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부딪힌 것이다. 결국, 잡월드 비정규직 노조 일부는 지금껏 청와대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민주노총이 이들을 돕겠다며 가세했다. 결국, 두 노조가 합세해 경기 남부지역 대표 노동지청인 경기지청의 지청장실까지 점거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경기지청장실 진입 과정부터 다소 문제가 있다고 본다. 비정규직 노조와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지난달 26일 경기지청장을 면담하러 갔다가 지청장실 문이 잠기자 비밀번호를 열고 들어갔고, 그대로 장판을 펼치고 점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현재까지 한 달 이상 매일 교대로 3~8명가량이 번갈아가며 24시간 불법 점거를 벌이고 있다. 폭력 사태가 빚어지지 않는다면 강제 퇴거 명령을 내리기 어렵다는 게 경찰의 입장으로, 경기지청은 직원 80여 명이 매일 2명씩 번갈아가며 24시간 당직 근무를 서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제대로 된 공무수행을 하는데 큰 지장이 있다는 게 지청 직원들의 말이다. 제 집 안방에 남이 문을 열고 들어와 떡 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면 어느 누가 좋아하겠고, 또 가만있겠는가?

대한민국은 지금 온 나라 곳곳에서 노조와 관련된 잡음이 끊이질 않는 게 현실이다. 며칠 전 충남 아산의 한 기업에서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회사 사무실을 점거하고 임원을 집단으로 폭행해 국민에게 공분을 산 일마저 벌어졌다. 기자 역시 민주노총 언론노동조합 조합원이다. 정당한 노조 활동을 지지한다. 하지만, 불법 행위를 자행하는 노조원들의 행위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은 어떨까? 과연 이들의 행위를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국민들은 성숙한 노조원들의 행동을 기대하고 있다. 또 그래야만 힘을 실어줄 것이다.

권혁준 경제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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