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장애인 의무고용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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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취업이 힘들다. 정부는 장애인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사용자에게 일정 비율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의무화 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부담금을 내도록 했다. 1991년부터 시행 중인 이 ‘장애인 의무고용제’에 따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장애인을 소속 공무원 정원의 3.2% 비율로 고용해야 하고, 상시 50인 이상의 민간기업은 2.9%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 공공기관도 3.2%를 고용해야 한다. 내년부터는 의무고용률이 0.2% 포인트씩 높아진다. 정부는 2008년부터 장애인 고용 실적이 저조한 기업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장애인 고용의무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실은 법으로 정한 장애인 의무고용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3∼2017) 전체 공공기관이 장애인 의무고용을 지키지 않아 납부한 부담금이 607억 원을 넘었다. 부담금은 2013년 143개 기관에 총 66억5천400만 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74개 기관 총 167억6천200만 원으로 늘었다.

경기도내 공공기관도 장애인 의무고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올해 19곳중 9곳이 의무고용 비율 3.2%를 지키지 않아 도민 세금으로 부담금을 내게 생겼다. 경기테크노파크와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은 장애인을 1명도 고용하지 않았고, 경기연구원ㆍ경기도문화의전당 등은 3년 연속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않았다. 이에 따라 매년 1억 원가량 벌금을 물고 있다. 올해 부담금(지난해 미이행에 따른)은 9천500만여 원, 지난해는 1억3천100만여 원이었다.

제도 정착을 선도해야 할 공공기관들이 의무고용을 위반하는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부담금을 납부했다고 책임을 다하는 게 결코 아니다. 그 부담금도 세금을 쓰고 있으니 혈세 낭비다. 부담금 납부로 할 일 다했다는 듯 손을 놓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제도의 취지는 장애인 고용을 늘리는 데 있다. 정부 부처나 지자체, 공공기관들에서 장애인 의무고용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민간에 지키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다보니 기업들이 낸 부담금은 2015년 3천966억 원, 2016년 4천129억 원, 2017년 4천329억 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이나 부담금 납부로 장애인 의무고용을 대체해선 안된다. 돈으로 때우겠다는 생각이라면 나쁘다. 장애인에게 일자리란 소득보장 차원을 넘어, 노동을 통해 사회에 참여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통로와 같다. 장애인 복지의 기본은 고용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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