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현(김혜수 분) 팀장은 끝까지 반대한다. ‘IMF로 가는 것은 경제 주권을 빼앗기는 것이다’. 재정국 차관(조우진 분)이 “그러면 무슨 대안이 있느냐”며 비아냥댄다. 외국에 사정을 설명하고 돈을 빌리자고 한다. “100억 달러는 빌릴 수 있다.” IMF에서 빌리려던 돈은 300억 달러다. 실제로 1997년 IMF와 협약된 자금은 550억 달러(IMF 210억 달러ㆍIBRD 세계은행 100억 달러ㆍADB 아시아 개발은행 40억 달러 등)였다. 부족하기 짝없는 ‘대안’이다. ▶한 팀장의 노력은 계속 된다. 대책을 묻는 팀원들에게 말한다. “차라리 국가 부도로 가면 된다.” 부채 상환이 동결되는 모라토리엄 선언이다. 당시 가장 큰 채권국은 미국이다. 모라토리엄의 가장 큰 피해자도 미국이다. 미국이 안달 날 것이고, 한국 위기를 불구경하듯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구상은 협상 테이블에 올려보지도 못했다. IMF 구제 금융은 그 후 4년 만에 끝났다. 국가 부도는 끝이 없는 구렁텅이다. ‘돈 없으니 배 째라’는 선언은 국가가 할 선택이 아니다. ▶한 팀장의 마지막 승부수는 폭로다. 국가 부도 위기의 경제 상황을 공개하는 것이다. 무책임한 정치권의 실정(失政)도 낱낱이 터뜨리기로 작정한다. 이렇게 해서 국민이 IMF로 가려는 권력에 제동을 걸어줄 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언론은 보도하지 않았다. 팀원의 푸념이 그 이유를 설명한다. “(언론) 정말 너무들 하네.” ‘한국 경제 문제없다’던 언론이다.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이게 IMF로 안 갈 대안이었나. 아니다. ▶영화는 ‘IMF로 간 것은 잘못된 선택이다’고 단정한다. 그러면서 ‘뼛속까지 시장주의자인 재정국 차관의 오판’이라고 말한다. ‘IMF로 가서 미국 자본의 배만 불렸다’고 말한다. ‘국민이 모은 금을 대기업 빚 갚는데 썼다’고 말한다. 그런데 관객이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엔 답하지 못한다. ‘그러면 IMF 가지 말고 어떻게 했어야 옳았는가.’ 어느 평론 글에 이렇게 적혔다. ‘주인공(한시현)은 영화 내내 IMF 대안을 내지 못했다’. ▶영화 탓할 거 없다. 대안이 없었다. 대기업의 차입경영과 금융 기관 부실, 원화가치 고평가와 경상수지 적자, 외환보유고의 비상식적인 운용, 외화자산과 부채의 만기 갭…. 오만가지 요인이 망쳐놓은 ‘마지막 1주일’이었다. 그 시간에 ‘굴욕적인 꿈 질’ 말고 뭘 할 수 있었겠나. 이제 초로가 된 그 시절 장년들이다. 대안이 없음을 잘 안다. 그러면서도 숨죽이고 본다. 비참하게 끝날 결론도 안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눈을 못 뗀다. 너무도 잔인한 추억 팔이, 그게 ‘IMF’ 영화의 전부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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