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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32. 성남 분당 금호행복시장
경제 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32. 성남 분당 금호행복시장

상가 건물?… 안에 들어가면 정겨운 시장

온종일 비가 내린 3일 오전 11시께 찾은 금호행복시장은 겉보기엔 일반 상가 건물과 차이점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지하로 내려가자 과일, 채소, 떡, 신발 등 각양각색 가게가 모습을 드러냈고 상인들의 분위기는 흔한 전통시장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행복시장은 주상복합건물 속에 위치한 도심형 전통시장이다. 야외에 자리 잡은 시장들과 달리 상가 건물 통째 시장인 셈이다.

분당신도시와 함께 1992년 생겨난 금호행복시장(성남시 분당구 내정로 165번길 38)은 주상복합건물로 총 173개 점포가 입점해 있다. 지하 1층은 농수산물, 축산물, 가공식품과 생활용품, 1층은 의류, 부동산, 안경점, 2층은 다양한 식당, 병원, 미용실 등으로 이뤄졌다. 한 건물에서 모든 편의를 누릴 수 있어 주변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에게 높은 신뢰를 받는 주민친화형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시장 내부에 설치된 DID기계는 시장에 정보를 한 곳에 담아 전달해주는 안내원 역할을 하고 있다. 어르신도 사용하기 쉬운 간단한 인터페이스로 구성된 이 기계를 통해 점포 소개 및 점포별 이벤트 행사를 확인할 수 있으며, 할인 티켓을 발권해 할인혜택을 누릴 수 있다.

금호행복시장 정문
금호행복시장 정문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금호행복시장에도 위기는 찾아왔다. 신도시가 개발되고 시장이 처음 생겼을 당시 발 디딜 틈 없을 만큼 사람이 많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1995년 글로벌백화점(현 롯데백화점)을 시작으로 홈플러스, AK플라자, 현대백화점 등 다양한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등장하면서 단골손님들은 하나 둘 시장을 떠났다. 지난 2011년에서 2013년은 상인들에게 시장 최대의 침체기로 기억되고 있다. 힘들던 금호행복시장에 한 줄기 빛이 돼준 것은 다름 아닌 성남시였다.

2014년 성남시의 성남사랑상품권 활성화 정책으로 사람들은 상품권을 소비하고자 시장을 찾았다. 이후 온누리상품권 등 다양한 지역 상품권의 등장은 금호행복시장 재도약의 발판이 됐다. 시장은 손님들을 더 끌어들이기 위해 상인교육을 통한 고객관리와 친절서비스를 보완했고 효(孝) 콘서트, 김장담그기, 골목 청소 등 행사를 통해 주민들을 위한 봉사, 나눔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또 상인회비를 걷어 화장실을 현대식으로 개선하고 노후 엘리베이터도 자체적으로 교체하는 등 시장을 되살리려는 노력은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상인회와 상인들의 힘으로 현재 금호행복시장은 5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활발한 시장이 됐다. 이를 보답하듯 시장은 매년 11월 일주일간 세일을 진행하며 가수들을 초청해 고객과 상인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세일 행사는 이 밖에도 매월 첫째, 셋째 토요일이면 항상 열리고 있다. 김해령기자

 

[인터뷰] 박진식 금호행복시장 상인회장

“변해야 산다… 시장, 제2의 전성기 성공”

“친절하고, 깨끗한 시장으로 제2의 전성기를 이뤄냈습니다.”

1996년부터 23년째 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해오고 있는 박진식 회장(53)은 3번의 역임으로 4년째 시장을 이끌고 있다. 그는 시장에 처음 왔을 때부터 하나 둘 늘어난 백화점들과 대형마트 탓에 사람들의 발길이 점차 줄어들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2013년은 행복시장이 가장 심한 침체기를 맞은 최악의 해로 기억되고 있다. 박 회장이 상인회장직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것도 바로 이때였다.

그는 “시장을 위해 봉사해야겠다는 막연한 사명감이 들었다”며 “시장을 살려야겠다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박 회장은 을지대학교 상인대학원에서 전문 상인 교육을 6개월 동안 받으며 상인 리더 양성 교육, 상인의 혁신, 마케팅 기법, 유통 등을 배웠고, 2014년 상인회장 출마를 결심했다. 그가 처음 회장이 됐을 당시 시장 1층에 총 16군데의 점포가 비어 있었다. 박 회장은 우선 대만과 홍콩 등 야시장으로 유명한 나라를 견학하며 먹을거리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다짐했다. 현재 2층 식당가는 모든 식당이 잘 되는 결과를 낳았다.

박 회장은 금호행복시장의 전성기가 다시 돌아오길 바랐고, 그러려면 시장이 변해야 하고, 상인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후 상인들을 매년 상인대학에 꾸준히 보내고, 2015년 문화관광시장에 선정돼 3년 동안 지원을 받으면서 시장을 조금씩 고쳐나갔다. 지난여름에는 1층 전체 천장과 전기공사를 진행하며 노후 시설을 보완했다. 이는 1층 모든 점포가 한 달간 쉬는 희생을 감행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상인회와 상인들이 불철주야 노력한 결과 금호행복시장은 예전만큼이나 많은 사람이 찾는 활발한 전통시장으로 재도약했다.

박 회장은 “큰 대형업체들이 들어오면 시설 면에서 차이가 나는데 시장 건물은 아직 노후화된 곳이 많아 그런 점을 계속 보완해 나가려 한다”며 “불친절하고, 지저분한 곳은 사람들이 잘 안 가는 만큼 시설 보수와 상인 교육 등에 꾸준히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해령기자

 

먹을거리를 찾아라

선남원추어탕

한겨울이 한 걸음 더 다가오면서 선남원추어탕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이곳의 박병선 사장(42)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총 6곳의 추어탕 맛집에서 조리실장으로 일했다. 그렇게 20년을 추어탕과 함께 해온 박 사장은 각 맛집의 장점들만 모아 1년 전 이곳 금호행복시장에 선남원추어탕을 개업했다. 개업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많은 단골손님을 만들어 낸 비결은 단연 맛이다. 대표 메뉴인 선추어탕(1만 원)은 국내산 미꾸라지와 북어머리, 대파뿌리 등 8가지를 넣고 끓여낸 육수 덕에 진하고 깊은맛을 내 인기를 끌고 있다. 추어탕과 함께 나오는 어리굴젓은 통영에서 직접 받은 신선한 굴을 이용해 만들어 굴을 잘 먹지 못하는 사람도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는 깔끔한 맛을 낸다. 또한, 밥과 반찬이 담겨 나오는 유기그릇은 살균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보기에도 정갈한 느낌을 준다. 박 사장은 “20년간 경험을 통해 양념부터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드는 것이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자연애쭈꾸미

적당한 불 맛과 매콤한 맛이 일품인 자연애쭈꾸미의 대표 메뉴 주꾸미 정식(1만 1천 원)은 쭈꾸미 볶음부터 왕새우 튀김, 샐러드, 도토리 전 등 푸짐하게 구성돼 있어 양과 맛을 모두 만족시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맛의 비결은 ‘향긋한 참숯 향’이 관건이다. 불 세기와 볶는 시간 등 기술과 정성에 최기웅 사장(45)이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8가지 한약재를 우려낸 육수와 23가지 기본양념 재료를 배합해 만든 특제 양념소스까지 더해져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주꾸미 맛을 낸다. 방송사에서 몇 번에 걸친 인터뷰 요청이 왔지만, 최 사장은 단칼에 거절했다. 손님이 더 많아진다면 현재 단골들에게 서비스가 부족해진다는 이유였다. 거기에 매운맛을 잡아주는 ‘도봉산 막걸리’가 무한리필로 제공돼 한 번 먹으면 또 생각나는 맛집 중의 맛집이다. 최 사장은 “‘역지사지’를 가슴에 품고 일한다”며 “손님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어떻게 서비스해야 하는지 답이 나온다”며 미소를 지었다.

 

명태가

명태가의 황지영 사장(53)은 20년 이상 요식업에 종사한 ‘베테랑’이다. 3년 전 인천 쪽에서 우연히 먹어본 명태의 맛에 반하게 된 황 사장은 곧바로 개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금호행복시장에 문을 열고 약 3년이 지난 현재, 점심때가 되면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 맛집이 됐다. 황 사장은 가장 좋은 명태를 찾는 것이 명태요리 맛의 반 이상이라고 생각했다. 명태가의 대표 메뉴인 명태조림(1인분 1만 원)은 함께 잘 어우러질 수 있는 6가지의 반찬과 함께 나간다. 맵기 조절도 가능해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사람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일주일에 5번을 찾는 단골도 있을 만큼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을 낸다고 한다. 황 사장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라며 “좋은 재료와 청결이 곧바로 좋은 맛과 분위기를 낸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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