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을 불법 살폈다는 의혹을 받은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검찰은 이 전 사령관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상식적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법원의 판단에 대해 검찰이 유감을 표명하는 일은 이전에도 자주 있었다. 하지만 ‘비상식적 결정’이란 비난은 법원을 우습게 보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표현이다. 이게 현재 우리 사법부의 현실이다.
지금 법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신뢰도는 거의 바닥 수준이다. 지난번 전국법관회의에서 법관 탄핵을 건의한 것을 두고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 탄핵이 아니라면 사법부가 어떻게 자정을 할 것이냐 등 논란이 뜨겁지만 김 대법원장은 꿀 먹은 벙어리다.
지난 9월13일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은 우리 사법부가 스스로 권위를 무너뜨린 치욕의 날이다. 사법부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질책성 발언 후 김명수 대법원장은 통렬한 사과와 함께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삼권분립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법원 내부의 특별조사단이 3차에 걸쳐 조사하고 나서 실정법 위반이 아니라고 했고 법원 자체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검찰과 국회로 넘긴 것이다.
대법원장으로서 자질이 의심되고 무책임한 행동이다. 이미 법원은 이념적·정치적 집단으로 전락했다. 정권의 이념에 동조하는 하급심 판결이 속출하고 있다. 국민은 자신과 이념적 성향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판사의 양심을 믿을 수 없게 됐다.
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전국법관대표회의 결정에 대해 “이날은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긴 칼로 사법부의 목을 베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법부의 추락과 판사들의 자중지란에 대해 입 다물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사상 최악의 대법원장으로 기억될 것이다. 로버츠 미연방 대법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법원 판결에 대해 비난을 하자 “법원은 특정 정당이나 특정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우리는 오바마 판사도 트럼프 판사도 부시 판사도 없다. 공평한 권리를 주려고 헌신하는 판사만 있을 뿐이다”고 반박했다. 우리는 대통령 1명 임기 중에 대법관의 80%가 바뀐다. 그러니 사법부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정치 편향으로 중립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사법부가 이렇게까지 망가지지는 않았다. 대통령에게만 핑계를 돌려서는 안 된다.
맹자는 스스로를 모욕한 후에야 남이 모욕한다고 말했다. 임명은 대통령이 했지만, 사법부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는 대법원장이다. 판사들을 갈래갈래 편 가르고 정권에 아부하는 대법원장은 더 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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