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이익을 얻고자 요행을 바라거나 노리는 성질. 또는 그러한 특성.’ 사행성(射倖性)의 사전적 의미다. 말 그대로 우연한 이익에 기대는 승부다. 대표적인 사행성 놀이가 도박(賭博)이다. 승패가 우연성에 의해 좌우된다. 당연히 정상적인 경쟁이 아니다. 도박은 물론 모든 사행행위가 불법이다. 카지노, 경마, 경륜ㆍ경정, 복권, 체육진행투표권, 소싸움으로 한정하면서 엄격히 틀어막는 이유다. ▶최대 관심사가 김정은 답방이다. 연일 머리기사로 보도된다. 출발은 지난 9월 평양공동선언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을 방문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란 연내를 말한다”고 했다. 흔히 있는 정상 간의 합의문 발표다. 국가 원수의 타 국가 방문이다. 변수가 있게 마련이다. 구체적 방문 시기 또한 언제든 바뀐다. 연내 올 수도, 내년에 올 수도 있다. ▶뜨거워진 건 시기를 ‘연내’로 못 박으면서다. 진원지는 우리 쪽이다. G20 정상회의 방문차 해외 순방 중이던 문 대통령이 시작했다. 김 위원장 답방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국민이 ‘쌍수’로 환영할 것”이라는 투박한 표현까지 썼다. 김 위원장에게 전할 트럼프 메시지도 거론했다. “김 위원장 결단에 달린 문제”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누가 들어도 연내 답방에 비중을 둔 말이다. 관심이 시작됐다. ▶청와대 상춘재가 보수 공사에 들어갔다. 국빈이 머물거나 대담을 하는 장소다. 청와대는 ‘의례적 보수’라고 했다. 이어 청와대 사랑채에는 김 위원장 그림까지 붙었다. ‘정기적인 교체’라는 설명을 믿는 국민이 없다. 누가 보더라도 답방 임박의 신호였다. 김 위원장 환영을 위한 준비였다. 관심은 어느덧 답방 날짜로 옮아갔다. 13일 설, 17일 설…. 언론의 ‘단독 보도’가 경쟁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우리 측 발언을 보자. “김 위원장 서울 답방, 파악된 것 없다”(국정원장ㆍ5일). “김 위원장 연내 답방은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조명균 통일부 장관ㆍ7일). “북쪽이랑 전화가 되면 이렇게 답답하지는 않을 텐데요(임종석 실장ㆍ7일 오후)”. “연내 답방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청와대 고위 관계자ㆍ11일). 긍정과 부정을 오가는 말들이다. 그 속에 변하지 않는 게 있다. ‘희망’이라는 기대다. ▶사행성 게임에서 본인은 하나만 할 수 있다. ‘이겼으면 좋겠다’는 기대다. 나머지 요건은 타인 또는 우연이 결정한다. 김 위원장 답방을 풀어가는 우리 모습이 딱 그렇다. 그저 ‘희망’만을 말하고 있다. 결과를 정할 변수는 오로지 북측이 쥐고 있다. 북에 따라 대박 또는 쪽박이 결정 난다. 이쯤 되면 로또 외교 아닌가. 물론 김 위원장은 느닷없이 올 수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아닌 건 아니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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