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작가의 단편집 <하티를 만난다면>(강 刊)에는 여러 이름이 등장한다. 굳이 이름이 없어도 될 동물들까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 동물들은 소설 속 인물들이 지닌 누군가의 이름을 대신하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당신이 하티를 만난다면’은 표제작이다. 소설 속 다른 단편 ‘다시 하티를 찾아서’와 이어진다. 하티는 네팔어로 코끼리를 뜻하는 말이지만 두 소설 속에서는 여러 의미를 지닌 상징이다. 행방불명된 주인공의 동생을 가리키거나 동생을 찾아다니는 주인공이 여행지에서 쓰는 별명이기도 하다.
소설 속에서 하티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는다. 주인공은 하티를 찾으려 해외로 나섰음에도 장기여행자인 일본인 와타나베와 어울리거나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로 여행자를 안내하는 쑤언과 여행한다. 그러면서도 작품에선 시종일관 하티의 존재감이 드러난다.
주인공은 하티를 만나지 못한다. 하지만 느긋함과 유머가 상실감과 슬픔을 대신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슬픔에 빠지기보단 컴퓨터를 켜서 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다른 곳으로 가서 새 친구들을 사귄다. 외로운 동물을 벗삼기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소설 속 인물들은 흉터를 보고서도 아픔보단 그리움을 떠올릴 수 있다. 강진 작가는 감정을 외면하고 우회하기보단 인정한 후 망각과 애도를 거쳐 승화에 이르러야 한다는 걸 드러낸다. 작품은 인물들의 실패를 보여주며 독자가 슬픔을 이겨내고 주어진 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값 1만4천원
허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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