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뇌물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자신의 자택 인근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자살했다. 또 안상영 전 부산시장, 임상규 전 농림부장관, 박태영 전 건보공단 이사장 등이 검찰에 범죄 피의자로 조사를 받던 중 투신자살했다. 필자가 수원지방검찰청 출입 당시 공안부장으로 재임했던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도 지난해 11월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댓글 수사’를 은폐하려 한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지인의 사무실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수원지검 출입 당시 변창훈 검사를 떠올리면 항상 웃음 띤 모습에 차분한 목소리로 응대해 주던 기억이 있다.
당시 경기지역 자치단체장을 비롯한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선거법 위반과 비리 혐의 등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특정 사안에 대해 일희일비 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대로 일을 처리하는 검사로 알려졌었다. 최근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투신 소식이 전해지면서 변창훈 검사가 생각나 그의 카카오톡 계정을 조심스럽게 열어봤다. 2017년 11월10일 올려진 프로필 사진에 ‘변창훈 검사님’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었다. 그가 2017년 11월6일 숨졌으니 사망 이후 작성된 글인듯하다. 내용은 이러했다.
▶한평생 오직 바르고 행복한 나라를 만들고자, 가족들과의 소중한 시간도 일상도 뒤로 한 채 검사로서의 직분에 충실하시며 헌신하셨던 진정으로 검사의 표상과 같은 분을 이렇게 허망하게 보내드리게 되어 너무나 슬프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합니다. 매우 존경했던 선배님께서 소탈하게 웃으시던 평소의 모습을 평생 제 가슴속에 간직한 채 소중한 유지를 받들고 따르겠습니다. 좋은 곳에서 영면하옵소서. 필자가 알기로도 변창훈은 이런 사람이다. 평생 나라를 위해 검사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자신이 몸담은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는다는 것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최근 사망한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도 마찬가지다. 그를 잘 아는 고위공직자 출신 인사의 SNS 글이 인상적이다. 대한민국을 늘 걱정하신 고인의 평소 성품으로 보아 부하들을 포함, 주변 분들께 폐 끼치는 걸 못 견뎌 하셨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대한민국을 그리도 걱정한 그들이 왜 죽어야만 했을까. 검찰 수사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범죄 혐의에 대한 진위를 얘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적어도 대한민국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이들이 허무하게 자신의 삶을 내던지게 하는 그런 나라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최원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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