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위기의 중장년 독거가구

이관식 지역사회부 부장 k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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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권의 추위가 지속되고 있다. 출근길 시민들은 저마다 두꺼운 옷으로 몸을 감싸고 종종걸음을 옮긴다. ‘없는 사람이 살기에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는 말이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살이에 난방비 부담까지 늘어 소외계층의 겨울나기는 더욱 힘겹다. 누구 하나 찾는 이 없는 독거가구에게 겨울은 시련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중장년 남성 독거가구의 겨울나기는 더욱 혹독하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5년 사이에 무연고 사망이 가장 많은 연령대가 40~50대 중년층으로 나타났다. 무연고 사망자 5천183명 중 40~50대가 2천98명으로 40.4%를 차지했다. 65세 이상 노년층 1천512명(29.2%)에 비하면 10% 이상 많은 수치다. 40~50대 사망자 중에서도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열에 아홉이나 된다. 집계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중년 위기남성이 겪는 어려움은 훨씬 더 심각하다. 지방자치단체가 고립된 중·장년층에 관심을 쏟고 있지만, 대부분 사회복지서비스는 65세 이상 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위기 중장년 독거가구에 경제적ㆍ물질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이들이 세상과 접촉하고 소통할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어르신의 경우 경로당이나 복지관처럼 정기적으로 타인과 접촉할 수 있는 창구가 있지만, 중장년 독거가구는 직장이 없으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 외에는 정기적으로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 그렇다고 중년 독거남성이 먼저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기에는 가부장 사회의 특성상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러한 위기 중장년 독거가구를 발굴해 맞춤형 서비스로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어 지속적인 돌봄 활동을 통해 이들을 건강한 사회공동체 일원으로 복귀시켜야 한다. 정부의 힘만으로 숨겨진 위기의 중장년 독거가구를 발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민ㆍ관이 함께 참여하는 지역사회 복지 안전망을 구축해 지역사회가 함께 대처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역주민의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 지역주민이 위기의 중장년 독거가구를 함께 찾고 다 같이 돕는다면 소외받는 이웃이 없는 따뜻한 마을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이 더불어 사는 사회가 아닐까.

이관식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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