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제약회사에 다니던 남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신청했다가 회사로부터 불합리한 징계를 받았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아이 둘을 키우는 강모씨는 부인의 육아휴직이 끝난 시점에 맞춰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하지만 회사로부터 ‘원칙대로 육아휴직을 법적인 부분과 현상태를 고려하여 반려하였음을 알립니다.ㅋㅋ’라는 문자를 받았다. 회사 측에 항의하자, 임원은 “차라리 마음 편하게 사직서 쓰고 평생 육아를 해. 회사가 문 닫았으면 닫았지 네 육아휴직은 안 내줄거다”라고 했다. 이어 강씨가 근무태만이라며 정규직에서 계약직 전환을 강요했고,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강씨는 서울지방노동청에 진정을 접수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 양육을 위해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이를 허용해야 한다. 여성이 전적으로 책임지던 육아는 남녀 모두의 일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남성 육아휴직이 크게 늘었다. 2008년 1.2%이던 것이 지난해엔 10배가 넘는 13.4%로 상승, 사상 처음 1만명을 넘어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육아휴직 사용자는 9만123명으로 전년(8만9천795명)보다 0.4%(328명) 증가했다. 이중 86.6%인 7만8천80명이 여성이다. 1년 전보다 5.0%(4천99명) 줄어 2년 연속 감소세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은 1만2천43명으로 58.1%(4천427명) 증가했다. 그러나 가파른 증가세에도 여성 육아휴직자의 6분의 1 수준이다. 아이슬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남성 육아휴직 비율이 40% 넘는 국가들과 비교하면 한참 멀었다.
남성 육아휴직자의 상당수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근무자다. 중소기업과 자영업, 비정규직 근로자에겐 먼나라 얘기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위해 정부가 아빠들의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있지만, 기업 현장에선 아직도 주변 눈총과 인사상 불이익 등으로 쉽지 않다.
낮은 소득대체율과 휴직자 대체 문제도 남성 육아휴직 확산의 걸림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자의 소득대체율은 노르웨이가 97.9%, 스웨덴 76.0%, 독일 65.0%인데, 우리나라는 32.8%에 그친다. 생계에 지장이 생길 것을 감수해야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합계출산율이 올해 3분기 0.95명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0.10명 낮아졌다. 육아휴직 기간 소득대체율을 높이고, 부모가 육아휴직을 나눠쓰는 ‘남녀 육아휴직 할당제’ ‘남성 참여 인센티브제’ 등의 정책이 절실하다. 남성의 육아 참여는 국가 장래를 위해서도 적극 장려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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