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민청원의 본질을 살려야

민선 7기 박남춘 시장은 시민이 주인인 인천특별시대를 실천하는 일환으로 지난 3일부터 시민청원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국정 철학을 지향·반영하고자 도입한 직접 소통의 수단 중 하나인 청와대 ‘국민청원제도’를 광역지방자치단체에 활용한 것이다.

2018년 12월28일 기준으로 약 121건을 넘는 글이 올라와 하루 평균 4.7건을 기록하며 지난 27일자로 3천 명의 지지를 얻어 첫 청원이 성립되는 사례를 낳았으나 청원의 본질을 넘어 주민의 갈등으로 변질하는 모습이다. 이에 시민청원의 내용에 대해 보다 세심한 대응과 시민의 성숙한 참여가 요구된다.

청원은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로 국민이 국가에 대하여 불만 또는 희망사항을 개진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행위와 그 서식을 말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26조에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청원에 대하여 심사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여 청원을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하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제대로 잘 활용하기 위해 인천시청 홈페이지 ‘시민소통광장’으로 개편하면서 시민들의 분노를 털어놓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공감을 나누는 공간을 마련한 것은 대의민주주의 약점을 보완하는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가장 우려되는 것은 공감의 공간이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싸움터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첫 답변 요건을 충족한 ‘청라국제도시의 발전을 저해하고 청라주민을 우롱하는 김진용 경제자유구역청장의 사퇴를 요청합니다’라는 시민청원에 대해서 ‘명분 없는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의 퇴진을 결사반대합니다’라는 김 청장의 퇴진을 반대하는 청원글도 적지 않게 올라와 있다. 청원내용을 살펴보면 청라와 송도 주민들 간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것으로 시민청원이 갈등의 장으로 변질되었다. 인천 전 지역의 다양한 이슈가 모이는 곳이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의 동원력을 가진 특정 신도시 주민들의 민원 성토장으로 변질되어 초기의 우려가 현실화된 모습이다. 주민들의 성숙된 참여가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청원 내용에 담긴 질문에 대해 경제청에서 답변을 작성하고 있는 등 내부적으로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며 “사퇴를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김 청장이 직접 답변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해 청장 개인의 사퇴입장으로 귀결된 형국이다.

청라를 비롯한 경제자유구역의 발전에 대해 주민의 의견을 심사숙고하여 반영하는 등 초심을 잊지 않은 것이 시민청원의 본질이다. 주민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숙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초석으로 그 대응에 책임성과 합리성이 요구된다. 단지 개인의 인사문제를 넘어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정책 방향과 추진 전략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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