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첫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가 지난 17일 열렸다.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새로운 경제정책은 국민의 공감 속에서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필요한 경우 보완 조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토록 외치던 ‘소득주도성장’이란 말은 쑥 들어갔다. 1년 7개월 동안 국민을 실험대상으로 삼아 실패한 정책임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대통령은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새 경제정책은 경제·사회의 수용성과 이해관계자의 입장에서 조화롭게 고려해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늘 그랬듯이 애매모호한 화법이다. 뭐 하나 명확한 게 없다. 대신에 “지난 1년 7개월간 경제정책 운용방향이 국민의 기대수준에 못 미친 데 대해 사과드리고 앞으로는 현장의 목소리를 진정으로 듣고 말보다는 실천으로 보여드리겠다”고 해야 했었다.
이제부터 달라지겠다고 결심한 것이라면 우선 당장 내년 최저임금 두 자리 수 인상과 현실에 맞지 않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확실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 치솟는 물가, 폭력 민노총, 탈원전, 고용세습, 세금으로 단기 알바 청년일자리 양산과 택시기사 월급제충당, 덜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등 나라의 앞날을 망치는 행태들에 대한 대책을 실천해야 한다.
대통령은 “여러 지표에서 좋은 성과가 있었으나 체감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고 했다. 체감하는 것은 국민이지 대통령이 강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잘못을 인정하기 싫은 것이고 인정하면 끝장이라는 강박관념 때문에 애매모호, 유체이탈 화법이 계속 나오고 있다.
실패를 인정하고 방향을 전환해 살길을 찾는 것이 대통령이 할 일이다. 제대로 된 방향을 잡아 실천한다면 지난날의 과오는 국민이 충분히 용서하고 이해할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설문에서 내년도 경제에 대해 국민의 70.9%가 ‘부정적’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정부가 우선 추진해야 할 정책에 대해서는 규제 개혁, 기업 지원, 노동계 개혁 순으로 대답했다. 여기에 맞추어 실천하면 되는 것을, 한번 밀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에서 말장난이나 통계 왜곡을 일삼는다면 진짜 끝장이다.
문 대통령이 요즘 좋아하는 ‘함께 잘사는 혁신적 포용 국가’가 잘못돼 남미처럼 알량한 세금을 통해 ‘사회주의 배급·시혜 국가’로 전락해 전 국민이 빈민이 되는 참극이 발생해선 안 된다. 대통령은 지금 각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현실도 모르는 청와대 경제참모의 메모에 의존하기보다는 각 부처와 관련된 기업인들과 서민, 자영업자들을 참석시켜 정말 처절하고 생생한 소리를 듣기 바란다. 간디는 “방향이 틀렸다면 속도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방향도 속도도 모두 어긋나는 현 상황에서 대통령의 결단을 다시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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