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잃어버린 낭만

다사다난했던 2018년도 이제 열흘 남짓 남았다. 30년 만에 한반도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남북 정상의 세 차례 만남을 통한 화해무드 조성 등 올 한 해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스포츠 등 각 분야에 걸쳐 참 많은 일들이 숨 가쁘게 이어졌다. 그 과정에는 감동과 기쁨, 슬픔과 분노 등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함께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우리 곁에는 한 해의 끝자락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세밑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나라 안팎으로 어려워진 경제 상황과 점점 각박해지는 사회 분위기가 가뜩이나 추운 겨울에 마음마저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연말이면 거리에 넘쳐났던 크리스마스 캐럴과 성탄카드, 연하장, 크리스마스 씰 등 연말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많은 것들이 우리 곁에서 하나둘씩 사라져 가고 있다. 송년모임 또한 대폭 축소되는 등 ‘송년특수’가 실종된 지 오래다.

▶이처럼 예전의 성탄절ㆍ송년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거나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가 가장 큰 이유다. 치솟는 물가에 날로 늘어나고 있는 청년실업 등으로 연말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도 차가운 분위기다. 또한 올해 들불처럼 번졌던 ‘미투운동’에 일명 ‘김영란법’ 등으로 인해 회식문화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와 함께 저작권 문제 등으로 거리에 캐럴 소리가 사라진지 오래고, IT산업의 발전은 성탄절과 세밑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요즘 세태를 보면서 기성세대들은 ‘예전보다 살기는 좋아졌지만 낭만은 없어졌다’고 아쉬워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1960~70년대에 비해 물질적 풍요는 누리고 있는 반면, 마음은 더 빈곤해졌다는 뜻이다. 지난 세월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는 생활고 속에서도 가끔씩 휴식을 통해 지친 마음을 달래며 이웃과 정감을 나누는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연말 역시 마찬가지다. 한 해를 되돌아보며 가까운 사람들에게 성탄카드ㆍ연하장을 통해 안부를 나누고, 캐럴을 흥얼거리며 즐거워 했다. 작은 실비집에서 기울이는 송년회 술잔에는 정감이 가득했다. 세태는 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점점 각박해지는 상황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여유를 갖고 낭만을 즐기는 세밑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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