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그들은 왜 독립운동을 했다고 말하지 않았나

이호준 사회부 차장 hoj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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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동부보훈지청에서 매우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경기동부보훈지청과 민간단체, 공공기관, 학계 등으로 구성된 ‘보훈혁신자문단’은 지난달 14일 용인 수지구청 문서고에 보관돼 있던 1919년 당시 ‘범죄인명부’를 찾았고, 범죄인명부에서 머내 만세운동에 참여해 일본 순사들에게 태형(곤장)을 받은 독립유공자 16명을 확인했다. 그리고 지난 12일 경기동부보훈지청은 이렇게 발굴된 독립유공자 분들의 후손을 모시고 보훈혁신단의 이름으로 독립유공자 포상을 신청하는 신청식을 가졌다.

신청식 현장을 직접 찾아 독립유공자 후손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포상 신청식에는 머내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권병선 선생의 증손인 권영재 할아버지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권 할아버지는 자신의 증조부가 일본 순사들에게 매를 많이 맞았다는 것은 들었지만 이렇게 큰 독립운동을 했다는 것은 몰랐다고 했다. 자신이 증조부의 독립운동에 대해 몰랐던 것은, 증조부인 권병선 선생이 살아있을 당시 자신이 독립운동을 했다는 것을 가족들에게 많이 이야기하지 않았고, 또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후손들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한 전문가는 “당시 많은 독립운동가가 혹시라도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독립운동 사실을 밝히는 것을 꺼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독립이 된 이후에도 독립운동 사실을 후손들에게 알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는 “독립을 해 정권이 들어서고 정치인들은 바뀌었을지 모르지만 주민들과 직접적으로 만나고 생활하는 경찰 및 지역의 유지ㆍ권력자들은 친일행적을 했던 사람들이 고스란히 남아 이어졌다”며 “아마도 독립운동을 했던 우리 선조들은 해방은 됐지만 여전히 자신의 독립운동 사실이 알려지면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그러한 사회’라고 인식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했다. 또 선조들에게 죄송했다.

2019년 새해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정부와 많은 시민단체가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당신들이 목숨을 걸고 했던 그 독립운동을 우리 사회가, 후손들이 이렇게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음을 제대로 보여 드리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호준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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