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판문점 방문 ‘파격행보’…북핵 돌파구 주목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0일 판문점을 찾아 북미간 대화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한국을 지금까지 다섯 번 찾은 바 있는 비건 특별대표가 판문점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대화 재개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평가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찾아 비무장화 이행상황 등을 살펴봤다. 비건의 이번 판문점 방문은 9·19 남북 군사합의 이행에 따른 긴장 완화 상황을 직접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대북 협상 파트너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비롯한 북측 인사들을 만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 8월 말 임명 이후 아직 최선희 부상과 만나지 않았다.

판문점은 올해 들어 북미 간 비공개 접촉이 자주 진행됐던 곳이다. 지난 6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성 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부상 간의 실무협상도 대부분 판문점에서 진행됐다.

판문점에서는 올해 4월과 5월 두차례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바 있다. 남북간의 긴장 완화 조치가 역시 판문점에서 속속 이뤄지고 있다.

남북은 ‘9·19 군사합의서’에 따라 JSA 내 북측 초소 5곳과 우리측 초소 4곳을 폐쇄하는 등 비무장화를 진행했다. 또 JSA의 남북 지역을 자유왕래할 수 있도록 남북한과 유엔군사령부 3자간 ‘공동근무 및 운영규칙안’ 제정을 협의 중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비건의 판문점 방문은, 분단의 상징에서 ‘화해의 무대’로 변신한 현장을 직접 확인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비건은 입국하자마자 미국민의 북한 여행 금지 조치 해제를 시사하는 등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포석을 놓고 있다. ‘70년 적대관계 극복’을 통한 새로운 북·미 관계 형성이라는 메시지가 나온 만큼 북한이 어느정도의 성의를 보일지가 관심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21일 오전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예방한 뒤 이도훈 본부장과 함께 외교부 청사에서 열리는 한미 워킹그룹 2차 회의에 참석한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관계자들과도 만날 것으로 전해졌으며 22일 출국한다.

강해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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