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80에 재혼한 둘째 언니

고목나무에 핀 꽃이 더 새롭고 예쁘고 귀할 수 있다.

수원에서 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하기까지, 40대에 중병이 든 형부의 병수발 40년을 지극정성으로 하면서도 4자녀를 잘 키우며 똑 소리 나게 무엇이든 잘 하는 어렵고도 존경스러운 우리 언니가 출근과 육아와 병수발에 지쳐 평택의 친정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면 괜히 딸들을 대학까지 보냈다고 후회를 하시며, 언니를 안쓰러워 하다가 우리 엄마는 돌아 가셨다.

그런 친정 엄마가 돌아가시고 세월이 얼마쯤 흘렀다. 그리고 많이 편찮으셨던 형부가 돌아가시고 3년 쯤 지났을까.

“정의야, 언니에게 남자가 생겼어”

“어? 남자 친구?”

“남자 친구가 아니고, 지금 제주도로 신혼여행 왔어”

“아~ 언니! 축하해. 정말 축하해~” 라고 말하면서 곁에 있는 우리 남편의 눈치를 슬쩍 보게 됨은 80에 재혼한다는 언니의 선택이 그 때는 약간 부끄러워서였다.

 

재혼한 지 7년, 86세가 된 우리 둘째 언니. 고목나무에는 꽃이 필 힘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80에 다시 시작한 고목나무의 사랑에도 꽃이 피고, 서로 간에 펼쳐지는 닭살 애교는 젊은 신혼부부보다 더 하다. 화장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형부에게, 언니가 “나 이뻐?”라고 물으면, 주먹을 공그리며 “아구아구~ 이뻐~!! 이뻐서 죽겠어.”

언니의 사랑이야기를 짧게 요약하여 내가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누가 우리 둘째 언니의 사랑이야기를 소설로 써 주었으면 좋겠다.

무엇에든 적극적인 우리 둘째 언니의 탁월한 선택과 100세 삶을 목표로 한 노부부가 손잡고 매일매일 걷는 수원 정자동의 아파트 숲속 언니의 뒷 태는 아직도 40대 아줌마다. 아침은 과일, 점심은 복지관, 저녁은 맛집, 언니가 밥하느라 힘들까봐 형부가 선택해 준 식단이다. 노인들이 필수적으로 먹는 약도 한 가지도 없이 건강한 사랑을 하고 있는 우리 둘째언니는 지금이 인생의 황금기.

아침 운동을 마치고 온 우리 남편이 벌써 재촉이 심하다.

나와 18년 차이가 나는 우리 둘째 언니 내외가 평택의 우리 집을 방문하는 날인데, 김장 김치도 챙기고, 양념도 드려야하고 점심에 먹을 메뉴를 정해야 하는데, 내가 컴퓨터 앞에 뭘 하는지 몰라 답답해하는 남편을 뒤에 두고, 난 소설 같은 우리 언니의 인생을 회상하며, 깜찍한 우리 둘째 언니에게 사랑을 던지고 있다.

인정의 한자녀더갖기운동연합 경기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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