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위인맞이환영단’ 단장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 서울 방문 환영광고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했다. 거부 이유는 ‘정치·성별·이념·인권·종교’ 등과 관련한 의견광고라는 이유였다. 이에 환영단은 “전 민족이 함께 염원하는 통일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것인데 그런 표현도 못 하는 게 민주주의냐고 규탄했다. 그는 자신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열렬한 팬”이며 “공산당이 좋다”고 발언하기도 했던 사람이기에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순수하지는 않아 보인다. 우리는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우리가 본받을 만한 인물인가, 북한의 공산당은 본래 공산주의 이념을 잘 지켜나가는 정당인가, 공산당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도 되고 우리 민주주의는 아무 주장이라도 마음대로 허용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다.
이 모든 질문은 사람들이 옳다고 믿는 가치,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할 수 있게 해주는 가치를 전제한다. 많은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지만 공동체 구성원들의 말과 행동은 생명을 살리는 보편적 가치에 기초하여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공동체의 건강한 공존과 공영을 위해 말과 행동을 삼가야 할 때가 있게 마련이다. 특히 대중을 향하여 특정 가치를 홍보하거나 주장할 때에는 더욱 그렇다.
우선 광고는 알리는 것이다. 그냥 알리는 것이 아니라 공감을 얻기 위해 알리는 것이다. 따라서 거기에는 일방적이 아닌 공감적 의사소통이 작용한다. 공감에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공유하는 가치, 서로에게 권장할만한 가치, 우리의 공존을 위해 고수해야 할 가치가 작용한다. 공감할 수 없는 가치, 생명을 해치는 행동을 일방적으로 좋다고 주장하는 것은 물리적 폭력만 아닐 뿐 정신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과 같다. 자유민주주의사회라고 해서 그런 폭력을 허용하지는 않는다. 그런 광고는 ‘정치·성별·이념·인권·종교’ 등과 관련된 의견 광고이기 때문이 아니라 공동체가 소중하게 지켜야 할 가치를 전도시키기 때문에 불허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광고를 할 때에는 어떤 가치를 전달하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사회 관습이나 정서에 반하더라도 생명을 살리는 가치라면 미래지향적으로 허용해야 할 것이겠지만 사람들을 위협하고 인권을 무시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나 정당을 좋아한다며 환영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시대가 변해도 우리가 버리지 말아야 할 가치가 있다. 그것은 사랑과 생명을 존중하는 행동이다. 표현의 자유 못지않게 공동체를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설마 우리도 김정일 위원장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길 빈다.
이광용 수원여자대학교 기획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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