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조 이어 2,400억 수주 또 실패
책임 대신 확정 안 된 실적 뿌려
‘군수사업 망친 책임’ 댓글 분노
KAI(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나쁜 소식이 전해졌다. 2천500억원 수출이 날아갔다. 기동헬기 수리온을 팔려던 협상이었다. 필리핀이 상대국가였다. 계약고 2천500억원을 넘어서는 기대 효과까지 있었다. 그동안 키워온 동남아 시장에 대한 점유율 확장이었다. 2018년 내내 걸었던 기대가 크다. 방한한 두테르테 대통령을 국방부로 모시고 간 적도 있다. 급하게 전시한 수리온 헬기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만큼 절박했던 입찰이었다.
이게 처음도 아니다. 2018년 9월에도 졌다. 당시 발주국은 미국이었다. 미 공군 훈련기 교체 사업이었다. 사업비만 18조원에 달했다. 웬만한 대기업의 1년치 수출액이다. 향후 세계 훈련기 시장의 점유율을 좌우할 중대 고비였다. 단군 이래 최대 건이라는 평도 나왔다. 여건은 좋았다. T-50 훈련기라는 검증된 제품이 있었다. 록히드마틴사라는 든든한 컨소시엄도 있었다. 그런데 탈락했다. 보잉사와 손잡은 스웨덴 경쟁사에 졌다.
그때 KAI가 내놨던 해명이 생생하다. “상대의 터무니 없는 저가 공세 때문에 졌다”. “그 가격에는 남는 게 없어 (수주했어도) 안했을 것이다”…. 말 같지도 않은 핑계다. 시장에서 콩나물을 살 때도 따지는 게 가격이다. 가격에 졌다면 입찰 전체에서 졌다는 말이다. ‘그 가격에는 줘도 안 하려 했다’도 말장난이다. 그럴 거면 왜 하루 전까지 매달렸나-당시 낙찰 실패의 문제점은 본 칼럼란에서 이미 지적했으니 이번엔 생략하겠다-.
이번에는 어떤 핑계를 내놓을까. 아직 공식적인 해명은 없다. 대신 난데 없는 기사(記事)가 등장했다. ‘KAI, 4천억원대 여객기 날개 부품 수주’ ‘2018 수주액 전년보다 1조1천억 늘어’ ‘매출액 6천억원 증가’…. 경제지 두어 곳에 동시에 실렸다. 회계 결산 시기도 아닌데 뜬금없다. 그래서 읽어봤다. 황당하다. ‘수주했다’가 아니라 ‘수주할 것 같다’다. ‘늘어났다’가 아니라 ‘늘어날 것 같다’다. ‘증가했다’가 아니라 ‘증가할 것 같다’다.
뭐 하는 건가. KAI의 주력품은 완제기(完製機)다. 수십년간 개발해온 ‘T-50’ 계열의 고등훈련기, ‘수리온’ 계열의 헬기가 자랑이다. 동남아-인도네시아(2011년ㆍ4천400억원), 필리핀(2014년ㆍ4천700억원), 태국(2015~2016년ㆍ4천100억원)-에 판 것도 다 완제기였다. 2020년 세계 15대 항공기업이라는 목표가 있다. 이 목표도 완제기 수출을 전제로 한다. 이 핵심 사업의 축이 무너지고 있다. 이 와중에 웬 확정도 안 된 실적 자랑질인가.
혹세무민(惑世誣民ㆍ그릇된 이론을 이용해 사람들을 속임)에 다름아니다.
KAI의 주인은 국민이다. 한국수출입은행, 국민연금공단이 1, 2주주다. 여기서 오는 숙명이 있다. 늘 권력의 먹잇감이었다. 권력의 낙하산들이 차고 내려왔다. ‘박근혜의 사람’ 하성용도 그런 사장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라고 규정했다. 1호 적폐 수사의 칼을 겨눴다. 하 사장은 구속됐고, 부사장은 자살했다. 그런데 그렇게 비워진 자리에 ‘문재인의 사람’이 내려왔다. 방산업(防産業)과는 전혀 무관한 감사원 출신, 김조원 사장이다.
그 ‘김 사장’ 이후, 건 건마다 패배한다. 18조짜리 날렸고, 2천500억짜리 날렸다. 실패가 반복되면 그건 무능이다. 그 무능이 입증되면 그땐 책임이 남는다. 수주 실패의 책임자는 사장이다. 김조원 사장이 책임져야 한다. 책임지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그런 데 없다. 말 안 되는 저가 입찰 핑계로 넘어가더니, 이제 확정 안 된 실적 뿌려대며 덮고 가려 한다. 대통령 눈치보는 1주주(한국수출입은행), 2주주(국민연금)도 입을 닫았다.
걱정이다. 큰 일이다. 이러려고 그 요란 떨며 적폐 수사했나. 분식회계 누명 씌우고, 자살까지 몰고 가며 몰아붙이던 개혁의 끝 모습이 겨우 이 건가. 새해 벽두에 뿌려진 ‘수리온, 2천500억 필리핀 수출 무산’ 기사, 그 후 난데없이 뿌려진 ‘KAI 4천억원대 수주 임박’ 기사. 그 기사들 밑에는 지금 이런 댓글들이 붙어 있다. ‘연이은 수주 실패 덮으려고 쉴드 치지 마라’ ‘세금 들여 만든 군수사업 다 말아먹고 있다. 김조원 사장 무능 때문이다’.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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